[기고] 주변국 계략에 주의 필요

요즘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행태를 보면 미국 트럼프와 일본 아베 간, 또 북한 김정은 간에 한국을 사이에 두고 특별한 밀약이 있다는 가상을 해 볼 수 있다. 가상이 현실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경제를 우선시하는 트럼프와 군사강국을 꿈꾸는 아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해 공산화를 획책하는 김정은, 그리고 한국의 발전에 불안을 느끼는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두고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길 수 있다. 과거 김일성이 한국을 제쳐두고 미국과 단둘이서 직접 만나기를 원했듯, 김정은도 한국을 뺀 미국과 단둘이 만나 협상을 적극 추진한다는 점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는 동맹보다도 돈밖에 모르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아버지가 죽자 뉴욕에서 자신이 하는 부동산업계 최고 경쟁자가 없어져서 잘 됐다고 할 정도로 재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오래된 동맹국도 경제논리로 보고 경시한다. 요즘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하는 행태를 보면 20세기 초 주변 강대국들이 보였던 행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04년 8월22일 일본이 제1차 조일협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1905년 미국 루스벨트대통령이 일본과 러시아를 종용해 포츠머스 강화조약을 체결했다. 일본이 우리 땅에서 청나라러시아와 전쟁해 승리한 것을 빌미로, 조선을 위협하고 야밤에 조선왕실에 침입해 민비를 살해하고 고종을 퇴위시키고 순종을 내세워 1910년 8월29일 외교권을 빼앗고 군대를 해산하고 식민지 통치를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미국과 일본이 가쓰라ㆍ태프트 밀약을 했다. 가쓰라ㆍ태프트 밀약은 1905년 7월27일 미국은 조선을 일본에게 지배토록 하고, 일본은 필리핀을 미국이 지배토록 상호승인하고 1905년 8월12일 일본이 동맹국 영국의 지지를 얻었다. 결국 조선이 강대국들의 밀약으로 일본국의 식민지가 됐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랬듯 돈이면 피도 눈물도 가리지 않는 트럼프로서는 일본 아베 총리, 북한 김정은 간에 한국을 사이에 두고 특별한 밀약을 가질 수 있다.

일본이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으로부터 발생하는 비용 대부분을 일본이 부담하는 대신 일본 헌법을 개정해 방어적 자위대가 아닌 공격적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를 갖도록 적극 돕는다. 한국과 관련해선 일본이 유엔사에 합류해 집단적 자위권을 빌미로 향후 한국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일본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을 두둔하고 독도영토 주장에 일본을 지원하는 밀약을 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북한과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보장은 물론 핵보유를 인정하되,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지 않는다면 한국을 압력하고 경제적으로 북한을 돕도록 하고 한국 내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하고 동시에 제반 한미합동훈련에 대해서는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로 양자 간에 밀약을 가졌거나 추진하기로 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20세기 초 미국ㆍ일본ㆍ영국 등이 우리나라와 필리핀을 두고 가쓰라ㆍ태프트 밀약을 체결, 약소국을 제물로 자국의 이익을 강구했듯 트럼프나 아베 두 사람도 충분히 그렇게 하고 남을 지도자들이다.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을 우리 정치인들은 알아야 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약소국가를 제물로 한다는 점을 똑똑히 알고 또다시 미국과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계략에 빠져 그들의 제물이 돼서는 안 된다. 차제에 핵무기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봄직하다.

요즘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일본 아베가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경제력을 앞세워 각가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우리 국민은 명심해야 한다. 그 점을 정부도 국민도 잘 알아 국력을 한 곳에 모아 제2의 가쓰라ㆍ태프트 같은 밀약에 국가가 처해서는 안 된다. 뭐라 해도 우리 안보를 위해서는 미국이 필요하다. 견고한 우방으로 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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