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이 깨어 있어야, 정치가 건강해진다

작금의 정치가 국민에게 짜증을 유발하고, 정치혐오를 가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을 뿐이다. 지난 9일 조국에게 법무장관 임명장이 수여됐다. 이에 반기든 한국당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조국 파면을 주장하면서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 언론도 조국에 대해 마녀 사냥하듯 검찰 수사사항을 앞다퉈 도배질했다. 또 교수 193명이 참여한 ‘조국 사퇴’의 시국선언문도 등장했다. 잇따라 SKY 대학 소수 학생들도 교내 집회를 통해 ‘조국 장관 사퇴’에 가세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침묵은 하지만 곤욕스럽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자칫 한 점의 불씨가 광야를 태울 수가 있잖은가. 사실상 문 대통령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검찰과 사법 개혁’이 필요하다”고 확신에 차 있다. 그 핵심 과제는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물론 국민도 대찬성이다. 그래서 강한 의지로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능력과 자질을 갖춘 조국을 선택한 것이다.

한편 조국에 대한 의혹들이 난무한데 딱 부러진 불법행위가 아직껏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수사의 칼끝은 부인과 친인척으로 확대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은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 57%, 찬성 27%로 나타났다. 게다가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40%로 취임 후 최저치가 됐고, 부정 평가는 53%로 나왔다. ‘국정수행 부정 평가’ 이유에서 ‘인사 문제’ 비중이 높다는 점을 예사로 여겨서는 안 될 것 같다. 특히 눈여겨 볼일은 19~20세는 긍정 38%, 부정 47%이다. 그뿐만 아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긍정 평가 24%, 부정 평가 55%로 후자의 비중이 크다. 이쯤 되면 다시 한번 깊은 고민을 해봐야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그러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지지율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산적해 있는 일을 해나가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옛말에도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잖은가. 일각선 문재인 정부가 “아집과 독선으로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과거 독재정권과 뭐가 다른가”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조국의 임명 철회를 은근히 압박한다.

민주주의 국가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시적인 권력을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 방망이를 휘둘렸다가 국민 대다수의 거센 저항에 부딪쳤던 박근혜정권도 결국 촛불민심 앞에 초라하게 무너졌다. 그러나 문 정부는 과거 정권처럼 독재정권은 아니고 민주적 방식으로 국정을 한다는 점을 국민들이 공감하기 때문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지만 민심은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반면 제1 야당인 한국당은 줄곧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인해 국회 운영에 차질을 빚고, 사사건건 발목 잡아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는 비난 여론이 항간에 고개를 들고 있다. 혹자는 이런 난맥상 초래는 강경파 몇몇 의원으로 지목하고 분통을 터뜨린다. 또 다른 혹자는 한국당이 과거의 부패와 실정에 뼈아픈 성찰 없이, 문 정부 출범부터 지금껏 도 넘은 정치공세로 어깃장을 놓고 있어 무당층마저 등을 돌려, 지지율이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고 했다. 특히 광주 5ㆍ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거짓과 왜곡으로 폄하하고, 극우 지만원의 생뚱맞은 ‘북한군 개입설’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다 국민적 강한 반발로 뒷걸음쳤다. 또한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막말하여 생긴 마음의 생채기로 고통을 준 사실에 더욱 싸늘해진 민심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더불어 정치가 희화화되고 추한 모습으로 전락, 정치혐오를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며칠 전 일이다. 몇몇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마당서 ‘조국 해임을 위한 삭발식’을 가졌다. 과연 삭발 정치의 효과는 나타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3일에는 검찰에서 법무부장관 집을 압수수색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자 일부 ‘사퇴 결정’의 목소리가 시나브로 커지고 있다. 요즘 온 국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적인 정쟁으로 걱정과 불안이 심각하다. 그래도 국민이 깨어 있어야 정치가 건강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정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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