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경기장 북문에서 간선버스 5번을 타고 문학고개정류장에 내리면 왼편으로 문학산 등산로가 보인다. 등산로를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면 문학산 개방 안내판과 군부대 철문이 나타난다. 문학산은 인천시 소유지만 정상부는 국방부(공군)에서 관리하고 있는 군사기지법상 통제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시민들의 출입이 전면금지 되었으나 지난 2015년에 인천시와 국방부 간 협약을 통해 낮 시간대에는 문학산 정상을 오를 수 있다.
철문을 지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는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며 20여 분을 걷다 보면 어느새 문학산 정상에 도착한다. 문학산은 주몽의 아들 비류가 미추홀을 개국한 곳으로서 인천의 발상지다. 산세의 형상이 학이 날개를 펴고 앉은 것 같다는 의미의 ‘학산(鶴山)’에 인천 향교 문묘(文廟)의 ‘문’과 어울려 문학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학산 정상에서는 인천 앞바다의 섬들과 인천 시가지는 물론 저 멀리 강화 마니산과 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비류가 왜 문학산에 자리 잡았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낮 시간대에만 개방되고 있는 특성상 평소에는 구경하기 어렵지만, 일 년에 단 한 번 야간개방을 하는 문학산 음악회에서는 인천대교 너머로 지는 석양과 화려한 인천의 야경까지도 볼 수도 있다.
문학산의 가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곳 문학산 정상에는 인천시 기념물 1호인 문학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1778년에 편찬된 ‘동사강목’에는 문학산성에 대해 ‘문학산 위에 비류성의 터가 있고 성문의 문짝 판자가 지금도 남아 있으며, 성안에 비류정이 있는데 물맛이 맑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곳 문학산성이 인천의 발원지로 여겨지는 이유이다. 우리시는 이런 문학산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지난 1986년 문학산성을 시 기념물 1호로 지정했다. 그러나 문학산성은 세월이 흐르며 성벽 곳곳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소실돼 있다. 지난 2017년 인천시립박물관의 조사에 따르면, 문학산성의 총 둘레는 587m에 이르지만, 추정 잔존 구간까지 포함해 현재 390m의 성벽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등 관련기관에서는 그동안 문학산성에 대한 학술조사와 유지보수를 시행하고자 했으나 문학산 정상부에 군부대가 주둔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행히 지난 2015년 국방부와의 협약 이후 문학산성 정밀지표조사(2017년), 성벽 추정 잔존구간 시굴조사(2019년) 등 산성 복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 산성복원과 보존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문학산 정상부에서는 지금도 군부대 훈련이 시행되고 있고 국방부와의 협약에 따라 낮에만 조사활동을 할 수 있는 등 제약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굳건한 국방을 위해 문학산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매우 소중하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인천시민들에게 문학산이 갖는 의미 역시 존중받을 만한 가치인 점도 틀림없다.
우리 시는 문학산이 갖는 양면의 가치를 잘 조합해 문학산과 문학산성이 인천시민들에게 언제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인천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국방부와 계속해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인천시민 모두가 언제든지 문학산 정상에서 인천 앞바다의 석양과 인천의 야경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그날을 소망해본다.
백민숙 인천시 문화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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