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푸드플랜은 왜 필요한가

지난겨울은 따뜻했다. 마늘, 양파와 대파 등 겨울 작목의 풍년과 가격하락으로 곳곳에서 밭을 갈아엎었다. 지난 2년 전에도 그랬다. 농산물 가격폭락과 산지폐기는 왜 되풀이되는 것일까. 농민들은 정부의 수입개방 때문이라고 하고, 소비자들은 산지에서 폐기돼도 소비지에서는 여전히 가격이 비싸다며 유통의 농간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 관료들은 통계청의 농산물 생산 관측 정보가 틀려서 제대로 된 정책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해마다 되풀이해서 농산물을 갈아엎는 현상은 왜 고쳐지지 않을까. 그 이유를 몇 가지 살펴봤다.

첫째, 농민들은 지난해 경험에 기초에서 올해 심을 작목을 결정한다. 지난해 양파가 폭락했으면 올해는 양파를 안 심고, 지난해 대파 가격이 좋았으면 올해 대파를 더 심는 등 모든 농민이 올해 작목에 대한 생산계획을 지난해 경험에 기초해서 하면서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게 된다.

둘째, 농민들은 생산부터 해놓고 나중에 판로를 찾기 때문이다. 그저 농산물 가격은 하늘의 운세에 맡기고 내가 심고 싶은 작물을 심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시장 상황에 무관하게 생산하고 비로소 판로를 모색하게 된다.

셋째, 농산물 경매제도라도 유통제도의 모순 때문이다. 특별한 판로 없이 무계획적으로 생산된 농산물은 경매에 넘겨질 수밖에 없다. 결국, 농산물에 대한 가격결정권이 농민에게는 없다. 농민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채소를 한 트럭 싣고 가서는 박스비도 못 건지는 일이 생긴다.

넷째,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수입자유화 만성적인 농산물 과잉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50여 개국과 FTA를 체결해서 사계절 수입농산물이 들어온다. 수입농산물을 피해서 모든 농산물 생산이 집중되면서 만성적인 과잉과 폭락이 일어난다. 그 결과 농민들은 계속 몰락하고 있고 우리 식탁은 외국산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농업의 몰락은 농촌 경제의 어려움과 지역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인구소멸은 심각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푸드플랜은 사라져가는 농민과 농업을 보호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학교급식이다. 교육청은 학생 수에 맞게 생산을 계획하고 학부모들은 친환경적인 생산방법을 요구하고 영양사들은 계약재배를 통해 가격을 미리 결정하고 농민들은 비로소 생산한다. 이처럼 소비에서 시작해서 생산, 가공, 유통, 폐기의 전 과정에서 농업 먹거리계획을 수립하고 각 주체가 상생 협력하는 것이 푸드플랜의 골자라고 할 수 있다.

푸드플랜으로 계획할 수 있는 공공급식 시장만 해도 전체 소비량의 13%가량 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4%인데 반해 그 절반을 국내 생산으로 돌릴 수 있는 중요한 농업농촌 회생 대책이 될 수 있다. 국민에게 건강을 농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책이 될 수 있다.

최재관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전 농어업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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