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대에 가지·호박 등 7가지뿐
당일 출하·판매 원칙 안 지켜져
관리 허술… 사업계획도 부실
농협조합장 “농민 참여유도할 것”
양평군과 경기도로 부터 4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 5월 개장한 양평군 청운농협 청운로컬푸드 직매장이 부실한 계획과 운영으로 농민과 소비자로 부터 외면받고 있다.
8일 추석명절을 앞둔 양평 청운로컬푸드 직매장(234㎡ 규모)의 냉장식품 진열대엔 지역 농가에서 출하한 채소와 과일은 가지, 애호박, 청양고추, 홍고추, 늙은호박, 옥수수, 아오리사과 등 7가지가 전부였다. 나머지 진열대 90%는 음료와 맥주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당일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로컬푸드매장 특유의 장점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각 농산물에 표시된 출하 날짜는 청양고추는 5일 전, 애호박 6일 전, 홍고추와 가지 7일 전 출하된 것이었다. 포장도 안 돼 신선도도 떨어져 보였다.
매장 내 한 직원은 “로컬푸드는 당일 출하, 당일 판매가 원칙이지만, 판매가 잘 안 되다 보니 농민 양해 하에 팔 수 없을 상태가 될 때까지 그대로 둔다”고 말했으며, 담당 공무원도 “로컬푸드가 당일 판매 원칙은 분명하지만, 판매 부진으로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로컬푸드 매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품 구성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며 결국 판매 부진에 실망한 농민들의 참여 저하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원인은 부실한 사업계획이 원인으로 꼽힌다. 청운농협은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에 가장 기초가 되는 출하 농가 조직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청운농협이 양평군에 제출한 로컬푸드 직매장 지원 신청서에는 출하 농가 조직화 교육, 직매장 참여확인서, 출하약정서, 직매장 교육 수료자명단 등 로컬푸드 매장 설립에 필수적인 사항들이 빠져 있다. 누구로부터 어떤 농산물을 언제 공급받아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셈이다.
청운농협 로컬푸드 매장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민 중에는 ‘로컬푸드 생산자 교육’을 이수한 농민이 한 명도 없다. 청운농협은 매장을 열기 전에 단 한 차례 지역 농민을 불러 로컬푸드의 취지에 대해 농협 직원이 2시간 전달 교육을 했을 뿐이다. 다른 지자체의 로컬푸드 매장의 경우 농업기술센터와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이수한 농민이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역 농업전문가인 최재관 청와대 전 농어업비서관은 “지금이라도 생산자가 농산물을 매일 수급할 수 있도록 물류시스템을 만드는 데 농협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지범 청운농협 조합장은 “로컬푸드직매장 설립 추진 당시 조합장이 아니었으며, 개인적으로 현재 위치의 로컬푸드 개장은 반대 의견이었다”고 전제하며 “다음 주 작목반 등 농업 관계자 회의 이후에 농민을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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