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과 함께 변함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고 있다. ‘추석’은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이 봄에서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을 풍성히 수확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시기이다. 반면에 많은 인구가 귀성길에 올라 장시간 집을 비우게 되면서 예기치 못한 화재가 매년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국가화재정보시스템상의 경기도 화재 발생 통계의 주택화재 부분을 살펴보면 총 1천442건으로 사망자 9명, 부상자 104명, 재산 피해 140억 4천179만 4천 원이 발생했다. 이 수치는 2019년 상반기 전체 화재 발생 건수 6천725건 중 21.44%를 차지하고 사망자 30명 중 30%, 부상자 331명 중 31.4%, 재산 피해 1천362억 5천875만 4천 원의 10.3%를 차지하는 수치로 주택 화재는 심각한 인명 피해로 직결됨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주거시설에서의 화재 발생 빈도와 인명 피해가 많은 것은 사유공간인 주거시설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제의 한계와 거주자의 안전의식 부족 등으로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화재 초기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소방당국에서는 일반주택에 대해서도 소화기와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령을 개정하여 시행 중이다.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기를 감지해 거주자가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감지기와 초기 화재 시 진화를 할 수 있는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주택에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를 오래전부터 의무화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이미 1970~80년대부터 의무화해 보급률이 30%대에서 2010년 90% 이상을 달성, 약 30년간 50% 이상의 화재 사망자 저감에 이바지했다. 위와 같이 주택용 소방시설 관련법 개정 이후 지역 언론과 다양한 매체캠페인을 통해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를 지속적으로 홍보하여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도 소화기와 감지기 설치가 미비되어 있는 곳이 많다.
사실 주택용 소방시설의 구입비용은 저렴하다. 설치 또한 간단해 지금 당장이라도 관심만 가진다면 인근의 대형마트 또는 인터넷으로도 구입 설치가 가능하다. 한번 설치하면 수년 동안 내 집의 안전지킴이가 되어 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아직도 미룰 것인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기존에 설치된 소화기를 집안 구석에 방치하거나 오작동 시 울리는 감지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제거해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소화기나 감지기는 그 기능이 초기 화재에 대응하게 하고 화재 위험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괜히 필요도 없는 것에 돈을 들여 구매하고 집안의 공간만 차지하게 한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위급한 순간, 바로 그때 우리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파수꾼의 역할을 한다. 만약 지금까지 한 번도 소화기나 감지기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면 그것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라 생각하길 바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 옛 우리 속담처럼 추석은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에 있었던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모처럼 만의 웃음꽃에 덕담을 주고받는 즐거운 날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화재나 생활 안전사고 등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부모님을 향하는 즐거운 귀성길에 한 손엔 소화기, 다른 한 손엔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김광수 수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소방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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