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서원림 개념과 현판수장고를 반영한 복합문화단지 건립해야-
윤승한의 소설 ‘만향’(1937)에는 “봄이 되면 화석산 허리에 두견화가 만발하고, 앞강의 갯뚝에 수양버들이 실실이 늘어질 때 돛을 단 지근배와 처녀의 호들기 소리”로 화석정을 묘사하고 있다. 1966년 화석정이 재현된 이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율곡의 학문과 임진강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소음과 빈약한 건물에 실망만 가득해 돌아가고 만다.
그러나 얼마 전 파주시에서 경기도청에 복원을 위한 예산신청을 했다는 기쁜 소식이 있다. 화석정의 구조를 밝힐 수 있는 그림은 김종직의 화기가 적힌 ‘화석정도’가 있었지만 현재 전해지지 않아 그 구조는 1920년대 화석정 사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흑백으로 되어 있어 외관의 자세함이 떨어지지만 최근 논문에 화석정의 역사적 고증과 복원, 활용조감도가 발표된 바 복원의 기초는 일단 마련된 셈이다. 잘못된 복원은 뿔을 고치다 소를 죽이는 우를 피할 수 없다.
이에 향후 화석정 복원과 관련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화석정은 율곡대에 재건한 ‘별서원림’으로 기이한 꽃과 진기한 소나무, 괴석으로 관상하던 곳임을 기억하자. 둘째, 화석정의 복원은 ‘현판수장고’로서의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 율곡의 ‘팔세시’를 비롯한 10여개의 현판이 걸려 있어 뭇 선비들이 완상을 즐기던 곳이다. 그 의미에 부응해 복원시 현판의 글씨와 서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셋째, 원형재현 건물로써의 선택의 문제가 있다. 근대화석정 사진에는 난간이 없지만 이숙함의 ‘화석정 기문’에는 ‘난간’이 있어 추후 선택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복원시 하나하나 논의를 거쳐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축적해 복합문화단지로서의 화석정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조속히 화석정복원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화석정과 최근 원형사진이 70여년만에 발굴된 진서문의 원형재현이 이뤄지고, 갇혔던 임진강이 열려 조선최초 거북선인 태종대 임진강 거북선이 뜨는 역사적 물길은 민족의 부침을 말해주는 ‘파주민속촌’으로서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차문성 파주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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