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아직은 피 끓던 38살, 감사관실에 발을 들였다. 혁신분권과에서 같이 근무하던 과장님이 감사관으로 이동하신 것이 인연이 됐다.
부패예방기동감찰반. 청렴도 평가에서 꼴찌를 하자 당시 부지사님이 신설한 팀에 발령받았다. 업무는 ‘매처럼 돌아다니면서 상시 감찰하라’였다. 잠복했고, 미행했다. 때로는 목소리를 바꿔서 전화했고,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며 귀를 쫑긋하기도 했다.
지금 감사관실 앞에는 ‘깨끗·스마트하고 배려하는 감사관실’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려 있지만 당시만 해도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백발이 성성한 계장님은 서류를 끼고 와서 90도 인사를 했고, 친절하거나 상대방을 이해한다면 감사관실에 적합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비유컨대 그때는 선도부장이 많았다면 지금은 반장ㆍ부반장이 많은 것이다.
또 요새 감사관은 감투가 없다. 커피도 직접 준비해 가고, 직원들의 눈길을 의식하며 조심조심 행동한다. 갑질은 커녕 ‘궁지에 몰린’ 상대방의 큰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공무원이 아닌 시민으로 감사자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사례는 경기교육청 시민감사관의 사립유치원 비리 적발일 것이다.
이에 경기도에서도 변호사, 회계사, 노무사 등 6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감사관을 출범시키고, 26일 구체적 운영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또 오는 9월에는 전철역 등 보행환경 안전관리실태 특정감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물론 여태껏 제도가 없어서 못했던 것은 아니다. 기실 경기도 시민감사관도 기존의 명예감사관과 민간 전문감사관을 통합한 것이다. 다만 이전과 달리 감사 주제, 방식, 대상까지도 시민감사관에게 권한을 넘기겠다는 것.
그렇다고 시민감사관이 도입되면 온정주의가 사라지고 징계가 객관적이 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딸·아들만 있는 판사의 판결이 다른 것처럼 가치관이 반영된 적은 있어도 부끄러운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시민감사관 뒤에 숨어서 동료의 거센 비난을 피할 생각도 없다. 총을 쏜 자보다는 쏘게 만든 자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고, 소신과 책상 중의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소신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아니 최소한 그렇게 생각했고 아파했다.
징계는 승진을 제한하고 수당을 줄여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등 공무원 개인에게 치명적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새로운 시각과 생각으로 사건을 조명해 감사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탄생한 것이 시민감사관이라고 이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김진효 경기도 감사총괄담당관 감사총괄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