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조직사회와 역할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의 역사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만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였고 신의 영역이라고 인식되었던 여러 부분까지도 그 이치를 구명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첫 번째는 조직사회의 구성과 운영을 합리적으로 이끈 지식과 지혜가 뒷받침되었던 이면이 존재하고 있다.

같은 부류가 협동하여 살아가는 존재들은 사자와 같은 육식동물의 사회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으나, 우리들의 가까운 주변에서는 개미의 군집에서도 손쉽게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조직사회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고 우주의 법칙에서 원초적으로 존재하였던 하나의 이치이다.

인간들이 동경하는 천상(天上) 세계의 천인(天人)들이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서는 더욱 세련되고 발전된 형태를 경전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현대사회에서 교육의 기초를 담당하고 있는 유치원과 비슷한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아함경』에서는 아기의 부모가 존재하더라도 일정하게 성장하는 시기까지는 남녀노소가 공동으로 양육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전한다.

이와 같은 천상의 세계에서도 계급에 따른 지위를 가지고 태어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역동적인 삶과는 차이가 있다. 이 세계에서는 인간들이 불합리하다고 인식하여 개선한 계급이 존재하고 있어 오히려 우리가 가진 기회의 평등은 적어지는 형태를 지니게 되고, 신분이 고착화되는 사회조직이 형성된다. 그러므로 부처가 이 세상에서 출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제자들이 국가의 존재하는 의미를 물었을 때에 부처님께서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의무이다.”라고 명쾌하게 말씀하고 계신다. 국가는 조직 가운데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강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에는 그 조직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합의가 기본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인간은 선과 악을 함께 선택하는 존재이고 이것은 스스로 업과 조직의 업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말한다.

부처님께서는 국가의 권력은 국민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위하여 지도자들에게 위임하였다고 말씀하셨다. 불교에서 말하는 전륜성왕의 조건의 가운데에는 군대와 신하를 언급하고 있다. 곧 전륜성왕도 군대와 정부가 없으면 통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논리를 현재의 한국에 적용한다면 어떠한 시각으로 생각하여야 하는가?

현재 이 나라의 정치권과 정부의 역할은 국민이 지도자들에게 위임한 권력을 합리적으로 집행하고 있는가? 남을 탓하는 것이 아니고 ‘내 탓이오.’라는 겸손한 생각과 행동을 이 시대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여 본다.

세영스님 수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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