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거와 투표참여

초·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내며 수많은 학생회임원선거에 후보자, 참관인 또는 유권자로 참여하면서 선거에 남다른 관심을 두게 됐고, 이러한 관심 덕분인지 병역의무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행하게 됐다. 선관위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선관위 직원이 선거를 준비하고 관리하는 모습, 선거에 출마하려는 기존 정치인 및 정치지망생과 이들을 돕는 자원 봉사자 및 선거운동원, 그리고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선거현장을 누비는 언론 관계자 등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통해 선거관리의 복잡함과 어려움, 각종 투·개표장비 및 투표사무원 등 선거장비와 소요 인력의 방대함에 관해 알게 됐고, 무엇보다도 선거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우리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공직선거를 거의 해마다 치르고 있어서인지 선거일이 되면 마치 국가로부터 특별휴가라도 부여받은 것처럼 투표는 포기한 채 들로 산으로, 심지어 해외로 놀러 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제24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41조·제67조 등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된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권의 행사는 우리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소중한 권리이지만, 한편으론 주권자로서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선관위에 복무 중이던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전국 평균 투표율이 60.2%였는데 당시 언론 등에서 상당히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선거권이 있는 우리 국민 10명 중 6명만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행사하고 4명이나 포기했는데도 말이다. 유권자가 선거에 적게 참여하면 선출된 대표자의 민주적 정당성에 근본적인 흠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권자의 활발한 선거과정 전반에의 참여, 특히 높은 투표율이 담보될 때 해당 선거결과와 당선자의 제도적 정당성은 확보되고, 이는 우리 사회의 발전과 통합에 필수적인 요건이라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정치참여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나 하나쯤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수록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부적합한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고, 그로 인한 잘못된 정치의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기 십상이다. 몇 해 전부터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선거일 전 5일부터 2일간 전국 어디서든 투표가 가능해졌다. 특히 인천공항, 서울역 등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도 사전투표소가 설치되고 있다. 내년 4월 15일 실시하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온전한 통합과 발전을 위해 들로, 산으로, 해외로 떠나기 전에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소중한 권리이자 의무인 선거권을 반드시 행사했으면 한다.

오한준 광명시선관위 前 사회복무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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