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연과 사람, 미래가 행복한 우이령길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되는 폭염과 마른장마가 심상치 않다. 무더위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는 요즘,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을 찾아 맨발로 산책해 보는건 어떨까?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가장 편안한 길을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우이령길’을 추천한다. 평탄한 흙길을 걸으며 힘들지 않게 수려한 오봉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가끔 한 두 번의 오름짓이로 무료함을 달래주며 호젓하게 걷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올 7월은 우이령길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일명 소귀고개로 알려진 우이령길은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의 우이동을 잇는 중요한 소로였으나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청와대 피습사건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면서 수십 년 동안 북한산국립공원의 핵심 보전지역으로 남게 되었다. 그 후 우이령길 재개통 문제가 대두되면서 자연보존을 위한 환경단체의 폐쇄여론과 지리적 불편함 해소를 위한 지자체의 개방여론이 대립하던 중 국립공원공단은 사전탐방예약제를 통한 탐방로 개방으로 조정해 2009년 7월 10일, 41년 만에 우이령길을 생태탐방로로 정비한 후 개방했다.

개방이후 강산이 변할 10년 우이령이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 무엇보다 자연이 행복한 길이 되어야 한다.

북한산국립공원에는 2013년 정밀조사에서 정규탐방로 이외 약 300여개가 넘는 샛길이 보고되었고 그로인해 생물서식지가 심각하게 파편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우이령길 일원은 엄격한 출입통제로 샛길이 발생하지 않아 야생생물 서식지의 극단적 파편화 현상을 면하게 되었고 현재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 숲 형태를 보이는 곳으로 공원생물의 적합한 서식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북한산국립공원 구역 중 가장 보호가치가 높은 특별보호구역의 66%가 이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이 행복한 길이 되어야 한다.

핀란드, 부탄, 코스타리카, 스위스 등 행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들 수 있다. 깨끗한 환경,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이령길을 걷다보면 맨발로 걷는 모습, 어린 자녀를 유모차에 태워서 오는 모습, 모녀 또는 부자지간, 머리 희끗거리는 노부부가 정답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홀로 걷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우이령길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길이기에,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의 모습은 여유와 행복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가 행복한 길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북한산 둘레길 제1호는 우이령길이라 자부한다. 이미 조성된 우이령길은 둘레길의 모델이 되어 2010년 정상정복 등산문화를 개선하고 저지대 수평문화 정착을 위한 공단 최초 북한산 둘레길의 시작이자 끝을 장식했다. 이처럼 수평적 탐방로의 시초인 우이령길을 통해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며 국민과 소통하면서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를 같이 만들어 가는데 길이 가진 많은 역할을 기대해본다.

손님의 마음으로 정해진 길, 정해진 시간을 걸으면서 서산대사의 시처럼 지금 내가 걸어가는 내 발자국이 나의 미래 후손이 지나가는 발자국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처음의 우이령길을 물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용민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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