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날아라 날아 로보트야 달려라 달려 태권브이~’ 극장은 온통 주제가를 따라부르는 어린 관객들의 떼창(?)으로 들썩였다. 응원의 함성으로 ‘태권브이’는 늘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지켰다.
1976년 개봉 당시, ‘로보트 태권브이’는 어린이들의 영웅이자 자랑으로 그 인기는 대단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에 머리만 바꾼 표절이라는 혹독한 비난을 받았지만, 어찌 됐든 우리기술로 만든 최초의 만화영화였기 때문이다. ‘아톰’, ‘짱가’류의 일본 만화영화에서 벗어나 우리 기술로 꿈꿀 수 있게 한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었다. 요즘 한일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한 업체가 태권브이 티셔츠를 만드는 등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어른들에게는 향수와 반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권브이는 이후 더 이상 날지 못했다. ‘우뢰매’ ‘날아라 슈퍼보드’ 등 몇몇의 토종 애니메이션이 있었지만 관심과 지원은 향상되지 못했다. ‘들장미 소녀 캔디’ ‘미래소년 코난’, ‘짱구’, ‘원피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붉은 돼지’, ‘포켓몬’ 등등 우리 어린이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꿈꾸며 성장했다. 지극히 일본적인 문화, 정신세계에 잠식당했다. 만화영화뿐이랴!
<장면2>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세 사람이 냄새가 고약한 닭장에서 누가 오래 버티나 내기를 했다. 닭장 안에 들어간 일본인이 몇 분이 안돼 제일 먼저 코를 막고 뛰쳐나왔다. 뒤이어 한참 있다가 한국인이 초주검이 되어 뛰어나왔다. 이후 중국인이 나왔는데 그의 손에는 달걀이 쥐어져 있었다. 이왕 들어갔으니 달걀이라도 쥐고 나오는 것이 이익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인은 결국 냄새나는 곳에서 고생만 했고, 일본인은 실리는 못 얻었지만 고생은 안 했다. 중국인은 실리를 얻었다. 우스개 소리였지만,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떠올리며 중국을 배운다.
2차 세계대전 후 후진성을 면치 못했던 중국이 ‘능력을 키울 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G2의 자리에 오른 지금, 중국의 포커페이스(?)에 미국을 비롯한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당혹해하는가? 90년대 10년 동안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봤던 우리는 지금, 중국의 위세에 주눅들어 있지 않은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국가이익을 지키는 것은 결기보다는 국력이다. 결기는 국민들 몫이지만 몸집을 키우고 체력을 키워 체급을 올리는 것, 즉 국가역량 제고는 위정자의 몫이다. 지도자는 나무 밑에서 밥 짓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 위에서 갈 길을 살펴 인도하는 사람이다.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오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겐 12척의 배가 아니라 12척의 항공모함이 있으며, 우리에겐 죽창이 아니라 (핵)미사일이 있으며, 우리는 불매가 아니라 투자를 철회하고 일본기업을 인수하겠으며, 여행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매입하여 거리를 장악하겠다.’
건국 100주년이 되었다는데 왜 아직 우린 이런 말을 못할까?
정상환 국제대 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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