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기도를 위한 교향곡 2

1990년 냉전이 종막을 고했지만, 국지전은 사라지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발칸반도는 다시 소용돌이쳤다. 인종청소의 집단살육과 이웃 나라 간의 교전이 유럽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 지역을 혼돈으로 몰고 갔다. 소련과의 차가운 전쟁에 지친 미국은 무관심했고, 힘이 빠진 서유럽도 여력이 없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나토군의 공습이 시작된 것은 무의미한 살상이 엄청나게 자행된 이후였다.

세르비아에 있는, 물이 빠진 어느 수영장 바닥에서 한 소년이 테니스공을 치고 있었다. 공습으로 포연이 자욱했지만, 어린 소년은 목표가 있었다. 언젠가 ‘세계 1위’가 되는 것.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소년의 목표였다. 스스로 가슴에 품은 소명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조코비치이다. 사람들은 세르비아는 잘 몰라도 노박 조코비치는 제대로 기억한다.

염복 더위가 절정인 7월 중순의 지난 일요일 밤 그는 다시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힘차게 들어 올렸다. 정상에서 밀려날 생각이 없는, 테니스 코트의 신화적 존재인 로저 페더러를 밀어내면서 부동의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잉글랜드 클럽의 발코니에서 팬들에게 화답하는 조코비치의 순수한 미소 뒤로 어린 시절부터 배태되어온 강철보다 강한 의지가 숨어 있다.

유년 시절 우리는 모두 한 번쯤은 들어온 말이 있다. ‘Boys, be ambitious!’ 순서를 바꾸면 ‘ambitious boy’가 된다. 경기도에서 성장하고 있는 소년, 소녀들은 해야 할 일 중에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다. 꿈은 꾸지 않아도, 목표는 세우는 것이 좋다. 거창하건, 소박하건 어떤 목표라도 좋다. 일찍 세울수록 좋은 것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노박 조코비치처럼 빠를수록 좋다.

그래야만 저 중심부에 사는 아이들이 나중에 청년실업으로 미래설계시 방황할 때 그 용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기 일에 매진하면서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10대 중반이 되면 이미 진로가 정해져 있을 것이고, 20대에는 벌써 프로페셔널이 되어 있을 것이다. 30대 이후에는 세계 최고를 위해 질주하는 인물도 나올 것이다. 유년기와 10대 초반에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도록 해 주어야 하고, 가정과 학교와 사회는 그저 조언만 던지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미래의 경기도가 강한 수도권, 견실한 사회로 가는 가장 확실한 한 길이다.

이번 윔블던의 여자 챔피언은 의외로 보이지만 의외가 아니다. 시모나 할렙은 그 누구보다 코트에서 많이 뛰는 선수이다. 루마니아 출신의 그녀는 남자선수를 능가하는 인파이트형이다. 모든 조건이 열세이지만 악착스러움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체격이 훨씬 좋은 선수도, 잔디 코트에서 연마한 선수도, 집념 하나로 코트에 서는 시모나 할렙을 이기기가 어렵다.

경기도의 내일을 이끌 소녀와 소년들은 악착같이 방어하고 지독하게 공격하는 시모나 할렙의 모습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정열들은 어떤 볼이라도 되받아치려는 그녀의 근성을 새겨 두는 것이 좋다. 인생에서의 크고 작은 승리는 번쩍이는 두뇌에만 해답이 있지 않다. 우리의 젊은 정열들은 시모나 할렙의 끈기로, 노박 조코비치의 집념으로 경기도의 장래를 새롭게 열어나갈 것이다. 힘찬 박수로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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