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권

지인의 병문안 길, 병원 입구의 한 포스터를 보고 든든해졌다. 2019년 1월부터 건강보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제도가 확대되고, 5월부터는 두경부(눈, 귀, 코, 안면 등) MRI 검사비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들의 평균 의료비 부담이 기존대비 13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내용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의 건강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건강보험의 재정이 일부 탐욕스런 세력에 의해 훼손되고 누수되고 있다는 일련의 사실이 떠올랐다. 다름 아닌 불법적으로 개설한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에서의 도덕적 해이이다.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환자의 치료 보다는 투자비 회수 및 수익증대에만 몰두해 돈이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잉진료, 일회용품 재사용, 과밀병상 운영 등 심각한 불법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으며, 또한 면허대여 약국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조장하고, 특정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특정 의약품만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등 사익 추구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국민 모두가 불법개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의 피해자인 것이다.

공단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를 지원해 조사 적발한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1천531개 기관이고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금은 무려 2조5천490억 원이라고 하니 매일 41억 원, 매월 1천237억 원의 막대한 금액이다. 일부 세력의 사익 추구로 우리 모두의 건강 그리고 그 건강을 위한 우리의 종자돈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지경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사실은 이러한 과정에서 공단이 전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사법기관의 관련 조사를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즉 보험자인 공단이 직접 수사권이 없어 수사기관의 결과에 따라 환수할 수밖에 없으며 수사기간 장기화(평균 11개월)와 법정 분쟁이 길어져 아주 오랜 시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불법기관은 급여비를 계속 청구하고, 재산은닉, 중도 폐업, 혐의자간 사실관계 조작, 도주 등 증거인멸 등 연속된 불법도 자행하고 있다. 환수율도 6.72%에 불과하다고 하니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관련 대책이 즉각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현재로서 가장 적합한 대책은 공단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공단은 전국적 조직망, 행정조사 경험자 등 조사 전문 인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분석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사무장병원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포착이 가능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한 단속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 부여 시 현행 행정조사와 연동해 수사기간이 11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되고, 수사기간이 1개월 단축 시마다 연간 약 125억 원이 절감된다고 하니 연간 최소 약 1천억 원의 국가 예산을 절감하는 효율성도 거둘 수 있다.

공단은 보험자로서의 선량한 관리의무를 지고 있다. 그 의무를 보다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재정을 훼손하고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 등 불법의료기관을 발본색원할 수 있어야 한다. 보다 서둘러 공단이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고, 이를 적의 수행할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이계존 수원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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