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존 볼턴의 방문과 미국의 대외관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보좌관이 일본을 거쳐 23일(한국시간)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하러 미국을 21일(현지시간) 출발했다고 한다. 존 볼턴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직접 “일본으로 가는 길에 알래스카에서 급유하는 동안 설리번 상원의원을 만났고, 서로 핵심적 국가안보 이익과 곧 있을 도쿄와 서울 방문에 대해 논의할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댄 설리번은 알래스카 지역구의 상원위원으로 현재 미국의회 외교위에서 활동 중인 인물인데, 볼턴이 한일 순방에 앞서 설리번 상원의원을 만난 것은 미국의 대외관계와 동아시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의 한국과 일본 방문이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 본다면, 이 방문 의제에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지지나 참여 그리고 북핵문제와 미국의 동아시아정책 그리고 현안인 한일 무역마찰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9일 한일 갈등 중재 의사를 내비치면서 “한일 양쪽에서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며 “바라건대 그들이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사자 간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한국과 일본의 미군 주둔경비를 포함한 방위비 인상을 거론하고 나온 것을 보면 한일 간의 갈등이 결국 미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지난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일본 아베 정부의 대외정책 의지를 알고 있는 트럼프 정부에 있어 미국의 대외전략에 대한 일본의 동참 및 미일 간 동북아전략 협력에 대한 얘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과 만난다는 것은 한미동맹의 틀에서 한미 방위비문제 및 북핵문제 그리고 한국의 미국 대외전략에 대한 협력내용도 나올 수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현재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이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동참을 일본과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지난 19일 자국 주재 60여 개 외교 사절을 초청해 합동 브리핑을 갖고 기본적인 구상을 공개했고, 일본 언론도 이미 미국이 현재 구상 중인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 연합체 구성에 일본의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볼턴 보좌관이 한국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만나 이 문제를 꺼내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내놓을 수 있다는 반증도 된다.

이밖에 북핵 실무협상 재개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의견 조율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포함한 한미일 협력 및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도 볼턴 보좌관이 갖고 올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 문제와 함께 북미 실무협상 재개 등의 문제를 한일 양국 담당자들과 논의하며 동시에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동맹구조와 대외전략에 대한 협력을 얻어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강경파 볼턴의 방한이 한일 갈등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그가 갖고 올 보따리의 내용이 부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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