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2019년 지난달 6월17일부터 90일간 그동안 미군들에게 내려졌던 야간통행금지를 유예했다. 다시 말해 이 기간은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일종의 시험 적용 기간인 셈이다. 미군은 한국에서 일반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2011년부터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야간통행금지를 시행해 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야간통행금지의 일시 유예는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에 따라 “주한미군 장병이 한국의 문화를 보다 많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에서라고 한다. 또한, “전 세계 곳곳에 수많은 미군이 배치돼 있지만, 한국에 있는 미군만 통행금지 조치가 있었다”라며 이러한 요인도 미군들이 한국을 근무 기피 지역으로 여기는 이유가 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유예 조치는 현재 상권이 침체돼 있는 서울의 이태원이나 캠프 험프리스가 위치한 평택 등 지역 상권 활성화에 어느 정도 활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미군은 이번 유예 조치를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한 결과 주한미군 관련 범죄가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장병들의 사기진작과 편익증진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새벽 1시부터 5시 사이에는 자기 숙소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야식 먹고 들어가려다가 적발되거나 또는 호텔 로비에서 적발되는 등 단속이 지나치게 철저했다고 한다.
이에 주한미군 지휘부는 많은 고민 끝에 이번에 유예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토의한 내용 중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고 있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불만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주한미군의 강력범죄(살인·강도·폭행 등)에 대해 대체로 20% 정도가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알려졌지만 강력범죄의 대부분이 단순폭행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낮은 처분율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한미군 지휘부는 범죄 연루자들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은 물론 Zero Tolerance(무관용)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미군의 일탈행동이나 범죄행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대 인근의 지역사회와 자치단체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즉 한국군 부대 인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대 인근 업소들의 바가지요금 금지 또는 단속과 같은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호 간의 신뢰를 쌓고 사소한 시비마저도 사전에 차단하도록 하며, 또한 미군 지휘부와 긴밀한 협의체계를 구축하여 외출하는 미군 장병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사고예방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군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범죄로 인한 사고 발생 즉시 사과하는 습관과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미군과 접촉 기회가 많은 한국 사람들은 미군들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려하는 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호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주한미군 관련 사건 사고 시 잘못된 선입견 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법 집행의 진행을 지켜보는 성숙함을 견지하여야 할 것이다.
미군 지휘부는 야간통행금지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지속적인 실시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유예조치가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바쁜 훈련 일정 중에도 미군들과 그 가족들이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국의 기적을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2만8천명의 주한미군과 2만명의 가족을 우리나라에 주둔하는 우방국 군인인 동시에 사시사철 상주하는 고정 관광객이라는 생각으로 대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기여함은 물론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인범 前 특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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