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테니스, 골프 등의 운동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힘을 빼라’라는 말이다. 마치 ‘약한것이강한것을이기고부드러움이단단함을이긴다’는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부분의 운동은 힘을 빼고 부드럽게 스윙했을 때 오히려 공이 더 세게 더 멀리 나가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시인 에머슨의 소년시절 일화이다. 소년 에머슨이 아버지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아빠, 좀 도와주세요. 송아지가 말을 안 들어요.” 에머슨은 송아지를 외양간에 넣으려고 여러 방법을 써 보았지만 송아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에머슨, 좀 더 힘을 줘 봐.” 아버지는 앞에서 당기고 에머슨은 뒤에서 밀어 보았지만 역시 헛수고일 뿐이었다. 꼼짝 않는 송아지에게 여러 방법을 써 보았지만 송아지는 오히려 난폭해져만 가고, 두 사람은 지쳐서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화가 난 듯 마당 이곳저곳을 뛰던 송아지가 밭일을 하고 있던 늙은 하녀 쪽을 향하였다. 난폭해진 송아지와 마주선 하녀는 천천히 송아지를 응시하며, 손가락 하나를 송아지의 입에 물려주자 송아지는 젖을 빨듯이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송아지는 손가락을 물린 채로 뒷걸음질 치는 하녀를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따라왔다. 소년 에머슨과 아버지가 온 힘을 다해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녀는 힘들이지 않고 부드러움으로 해낸 것이다.
이 예화에서 우리는 가정의 자녀들에게, 학교의 학생들에게 강압적인 방법으로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일을 위해 아래 직원에게 소통보다는 명령으로만 일관하지 않았는지? 내가 제일이라는 자만심에 경청보다는 설득을 우선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부드러움이강함을이긴다는것은진리이며, 불확실성의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지혜이다.난폭한 송아지를 부드러움으로 응대한 하녀처럼, 상대방의 강력한발언에는부드러움으로대처하는방법을터득해야한다. 먼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말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말하고, 화가 날 때는 잠시 말하지 말고 침묵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세상에서가장선한것이물(上善若水)이라며, 물에 대해 ‘낮은곳으로향하는겸손,막히면돌아가는지혜,모든것을받아주는포용력,어떤그릇에나담기는 융통성,바위를뚫는은근과 끈기,장엄한폭포를 이루는용기,쉼 없이 흘러 마침내바다를이루는 대의’라고 설명한 노자의 말을 본받아 부드러움의 상징인 물처럼 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우리들이 가장 완벽한 인간의 모습으로 생각하는, 교양 있고 예의 바르며 점잖은 사람인 ‘영국신사’란 말은 원래 ‘부드러운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난사람, 든사람보다는 참사람이 좋고, 그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부드러운 사람’이다.
존 나이스비트는 고도로 발달한 최첨단의 기술문명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를 하이테크(High Tech) 시대라고 칭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휴대폰, TV, 컴퓨터, 인터넷, 웹, 메모리 칩, 전자카드, 고속전철, 로봇 등 하이테크가 제공해 주는 빠른 속도와 강한 힘의 중독성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하이테크의 중독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이터치(High Touch)가 필요하다. 하이터치란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접근, 인간미 넘치는 교류, 다정다감한 만남, 정감어린 아름다운 대화,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루만짐 등의 행동을 말한다.
강력한 하이테크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이터치를 실현하는 부드러운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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