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주한미군 지휘부, 평택이전이 주는 의미

평택 미군기지 일명 ‘캠프 험프리’에는 유엔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그리고 미8군과 미2사단 사령부 등 주한미군의 핵심 지휘부가 위치하고 있다. 한반도평화는 물론 동북아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수호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한 미특전사령부와 주한 미해병대사령부 등 주요 기능 부대들도 한국군과 함께 연합작전을 수행함으로써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유지하는 핵심 전투력이다.

올해로 창설 75주년을 맞은 미8군은 얼마 전에 평택 미군기지를 민간에 개방하는 부대 개방행사를 했다. 주민들에게 일종의 평택지역으로의 전입 인사를 하는 셈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행사를 통해 주한미군은 그동안 평택 주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환대에 감사를 표시했다. 부대 개방행사에 개략적으로 추산해 볼 때 약 5만 명이 넘게 참석하였다고 하니 평택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주한미군에 대한 호감과 민간 차원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한미동맹의 단면을 잘 볼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한편으로 한미 양국의 군 관계자들은 훈련여건의 악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미군의 경우 일정 수준의 훈련을 자격화 하고 있다. 즉, 전차 승무원들은 일정 기간 내에 일정한 조건하에서 실제 사격을 해야 하며, 특히 야간 상황에서도 사격훈련을 숙달해서 합격을 해야 한다. 또한, 회전익 항공기도 야간 비행과 야간 사격을 해야 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서 합격을 해야 전투원으로서 자격을 획득하고 늘 수준 유지가 되어야 유사시 실제 전투에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강릉에서의 대규모 산불이 있었을 때 미군의 헬기가 낮에는 물론 야밤에도 출격 가능했던 것도 이런 훈련의 결과였다.

이러한 자격 조건들은 전원이 직업군인인 미군들로서는 개인의 진급과 수당 지급에도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생활과도 직결된다. 만약 지금과 같이 사격 여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격헬기의 경우 다른 나라로 가서 사격하는 상황이 곧 올것이다. 우리나라 방위에 좋지 못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포천의 영평사격장(일명,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지역 주민들의 희생과 이해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는 한국군과 미군의 핵심 훈련장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일방적 이해와 양보만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도비탄에 의한 안전상 위험문제는 수백억원을 들여 개선되어 다행이지만 지역주민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나 재산상 손해를 미군이나 국방부에만 기대하기는 지나치다. 따라서 국철노선의 연장과 같은 국가적 사업의 추진은 물론, 훈련장 제공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을 통해 지역 주민의 희생과 양보에 대한 합당한 댓가를 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군인들도 눈치 안보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 주어야한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매우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에게는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안정과 세력균형에도 기여하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여러 가지 역학관계로 볼 때 주한미군은 통일이후에도 그 존재와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미군은 물론 한국군이 안정적으로 훈련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미동맹의 기반은 군사적인 일체감에서 비롯된다. 성공적인 전투와 연합작전은 평상시 군의 부단한 훈련으로 다져진다. 군대의 훈련 여건을 보장해 주고자하는 국민적인 합의가 없으면 군의 전투력은 약해지고 이에 따라 전투준비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무기와 장비가 있어도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실제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임진왜란을 비롯한 과거의 아픈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