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달라면서 굽신굽신하다가 당선만 되면 달라지는거 아냐?”“제발 싸우지 말고 나라위한 일을 하세요!”지난 국회의원 선거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다. 생각보다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낮았고 심각한 수준임을 알게 되었다. 주민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정치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바닥인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정치신인으로 기존 정치인들을 답습하고 싶진 않았다. 상투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신뢰받고 일잘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얻어야 하고 믿음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 생각했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봉급 50% 반납’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봉급 50% 반납은 내 의지만 있으면 되는 일이었지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내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었다.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려면 최소 9명 이상의 동료 의원들의 공동발의 도장을 받아야만 한다. 솔직히 밝히자면 동료의원들의 지지보다는 눈치가 많았다. 지금처럼 국회가 막말 경시대회 상황도 아니었고 공전 상황도 아니었다. 다행히 법안 취지에 동의한 동료의원들의 공동발의로 20대 국회의원이 당선된 첫 해, 분당 주민들게 약속한 대로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할 수 있었다.
법안을 대표발의 하고 3년이 지난 지금, 국회는 저급한 막말이 난무하고 일은 하지 않고 멈춰있다. 당연히 국민들의 신뢰는 괴로울 정도로 바닥이다. 막말 국회, 일하지 않는 국회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견제할 수 있는 건 임기가 끝난 뒤 치러지는 선거를 통한 평가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법을 만들고 국가의 예산을 배분하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단이다. 이 집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국가의 역할과 기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민을 대리하는 대리인이 대리인으로서 성실하게 국민의 뜻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이런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의제가 선거와 선거 사이 대표자들에 대한 유권자의 통제 권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불완전한 제도라고 할 때 국민소환제는 대의제를 보완할 수 있는 강력한 통제장치가 될 것이며 국민소환제가 실제 작동하지 않더라고 법적 장치가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을 의식하고 보다 책임있는 정치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회의원이 스스로 본인들을 소환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든다면 조금이라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국민청원 20만이 넘은 국민소환제에 대해 청와대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단순히 국회의원의 파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윤리의식과 자정능력을 키우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가 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나를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신뢰로부터 멀어진다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다시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다시 선택받고 싶다면 우리 스스로 자정능력을 키울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는 말처럼 다시 국민들로부터 선택받고자 한다면 국회의원 스스로의 권한과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할 것이다.
김병욱 국회의원(성남 분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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