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질서 확립 위해 건보공단 특사경 필요하다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주된 저해 요인으로 불법개설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면대약국)’이 지목되고 있다.

사무장병원(면대약국)이란 의료법(약사법)상 의료기관 또는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인(약사)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이들 기관은 사익 추구에 지나치게 몰두해 과다처방, 일회용품 재사용, 과밀병상 운영 등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과잉진료, 부당청구, 보험사기 등으로 건강보험의 재정에도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불법개설기관 환수결정 및 징수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년간 1천531곳의 사무장병원이 취한 부당이득금은 무려 2조 5천490억 원에 달하지만 그에 따른 징수율은 6.72%로 저조한 실정이다.

현행 단속 체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행정조사에는 수사권이 없어 사무장병원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인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없고, 이에 따른 혐의 입증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의뢰를 한들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의료분야의 특성상 수사기간이 평균 11개월로 장기화 되고 있는데, 그동안 불법개설의료기관이 증거 인멸과 재산 은닉 등의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해를 바로잡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특수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 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단은 실질적 요양급여비 지급의 주체로서 전국적 조직망과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행정조사 경험이 풍부한 200여 명의 전문 인력, 의료기관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공단은 이러한 전문적 인프라를 활용해 수사기간을 11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시키면 연간 최소 1천억 원의 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단의 특사경권 도입에 대해 과도한 권한을 바탕으로 수사권을 남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공단이 요구하는 특사경은 오직 검사의 지휘 아래에서 사무장 병원과 면대약국에만 한정해 운영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선량한 의료인들에게 불법의료기관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해소시켜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과 직결된 의료분야 만큼은 절대 타협이 없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 특사경 도입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도모하고,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 ‘보장성 강화’라는 과업을 더 효율적으로 달성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원병일 남양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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