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이란 이름의 뜻은 ‘지혜가 달라지는 산’이다. 지리산이란 지혜의 차원이 달라지는 산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리산을 등반하면서 많은 지혜를 배운다.
많은 학교가 학생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통해 지혜를 배우는 시간을 가진다. 몇 년 전 학생들과 함께 지리산을 오르면서 길 위에서 길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이 힘겨운 산행을 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보고, 그리고 구름 위를 걸으면서 보이지 않는 인생의 길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산행이 끝나는 시간이 있고, 힘들게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올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힘든 산행이었지만 지혜를 배우고 인생의 다른 차원을 배우는 기회였다.
정말 지리산 산행을 통해 길 위에서 길을 배우는 기회였던 것 같다. 요즘 학생들이 컴퓨터와 게임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자연을 느끼고, 한계를 극복하면서 서로 소중함을 배우는 산행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WHO에서는 게임중독을 질환으로 인식하려고 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온라인 삶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기에 몸으로 경험하는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도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은 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길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 올레 길은 옛날부터 있던 길, 있다가 인적이 끊겨 잊힌 길, 인적은 끊겼지만 염소나 동물들은 다니는 길 등을 찾아 길을 낸 길이다. 이미 길은 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 길을 본떠서 각 지역에서 둘레길을 조성한다고 할 때, 거액의 예산을 들여 인공적으로 길을 포장하고 만드는 것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였다. 길은 원래 있던 곳을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꿈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녀가 낸 길을 통해서, 아니 길을 걸으면서 길(미래의 꿈)을 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운명의 길’이다.
‘올레’란 말은 아주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 말이다. 집 앞에서 마을 큰길까지 이어주는 좁은 골목이다. 제주도의 집은 돌담에 둘러싸여 있다. 집집마다 있는 이 돌담 사이에 난 좁은 길이 바로 올레이다. 좁은 골목길! 크고 넓은 길은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다. 편리하다. 바쁘고 빨리 목표를 이뤄야 하는 삶에는 적합하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 자기를 잃어버린다. 정신이 피폐해지고 사람들을 잃어버린다. 지치고 고달프다. 이와 반면 좁은 길은 더디고 느리다. 불편하다. 오래 걸린다. 걸어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퉁퉁 붓는다.
그러나 거기에는 쉼과 안식이 있다. 치열한 경쟁과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치유가 일어난다.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길은 좁은 길이다. 넓고 편한 고속도로가 아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우리 인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의 과정을 묵묵히 꾸준히 걸어가게 한다. 목표를 정해놓고 후다닥 해치우는 길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넘어진 사람이 있으면 붙잡아 일으켜주기도 하고,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함께 어울려 차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는 그런 길이다. 이 길이 바로 지혜를 배우는 지리산(智異山)이다.
지금 학생들에게 무엇을 느끼도록 해야 할까? 바로 길 위에서 길을 배우도록 돕는 것이다. 걷기 좋은 계절에 자녀와 학생들과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보자.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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