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월 민주항쟁과 민주시민교육

32년 전 겨울.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서 국가폭력의 모진 고문 끝에 스물두 살 청년, 박종철 군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은 시민들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32년 전 오늘 1987년 6월 10일 대한민국을 뜨겁게 했던 ‘6월 민주항쟁’의 전사(前史)이다.

독재 권력의 폭력적 탄압과 인권유린에 굴하지 않고 6월 민주항쟁을 거치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진전시켜왔다. 시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소홀하면 민주주의는 순식간에 퇴행할 수 있으며,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1987년 6월의 시민들처럼, 촛불을 들고 스스로 광장에 나와 부당한 권력을 비판한 깨어있는 시민의 민주적 견제가 민주공화국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요인임을, 민주주의는 정당 제도나 선거 같은 절차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음을 체험했다.

또한 깨어있는 시민은 정치체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동료시민들과 협력하며 민주공동체에 대한 보다 큰 관심을 키울 수 있다. 성별, 계층, 세대, 지역, 이념, 노사, 소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 사회갈등을 조정하며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것은 시민의 민주적 해결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주주의는 결코 저절로 발전하지 않고 성숙한 시민을 필요로 하며, 시민은 저절로 민주적으로 성장하지 않기에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일상에서까지 실천하고 체험하게 하여 민주주의 문화 및 관행이 시민의 삶에 뿌리 깊게 자리 잡게 할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정파의 이해를 넘어서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과제이다. 민주시민의 자질 함양을 명시한 교육기본법과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적 가치의 구현을 위한 노력이다.

민주주의가 제도뿐 아니라 문화에까지 튼실하게 뿌리내릴 때 우리 민주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더욱 구가할 수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지난 2002년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출범하며 지난 20여년 간 시민교육을 중점사업으로 삼고 꾸준히 추진해 온 것 역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현 정부 들어 ‘민주시민교육 활성화’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어 지난해에는 민주시민교육국을 신설하여, 전국적 규모로 시민사회 및 경기도교육청을 포함한 교육청들과 다양한 교육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시 돌아온 6월, 뜨거웠던 1987년 대한민국을 떠올리며 청년 박종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설 민주인권기념관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시민성을 키우는 민주주의 배움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먼저 가신 선배 열사와 희생자 그리고 수많은 희생과 눈물겨운 투쟁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자 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설립 목적을 구현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시민교육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