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꽃가루 먼지로 본 지구역사

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흔적이 있다. 어디에서 언제 날아 왔는지도 알 수 없는 노란꽃가루가 집 마당 가장자리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봄이면 그런 꽃가루 때문에 비염환자들이 고통을 받기도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을 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꽃은 좋아하면서 꽃가루를 싫어한다.

꽃가루가 지속적으로 쌓인 퇴적층이 있다. 그 퇴적층으로 꽃가루의 연대기를 알 수도 그 침전물을 만든 식물의 과, 속, 종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적 환경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기후변화와 지역토양에 대한 정보를 알아 볼 수도 있다. 그 꽃가루화석이 식물계역사와 경관을 알아내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꽃가루는 대부분 0.1에서 0.01㎜ 크기의 현화식물에서 번식을 목적으로 수꽃술의 꽃 밥에서 생긴다. 꽃가루에는 수꽃식물 유전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꽃가루는 바람 또는 곤충 등에 의해 암술머리로 옮겨지나 대부분 꽃가루는 바람에 의해 이동 쌓여 퇴적물로 남아 있다.

후기 빙하기인 1만1천580년 이전에 형성된 퇴적층에 의하면 자작나무 소나무와 같은 키가 큰 수종들의 식물계와 쑥, 운향과식물, 백일홍, 양지꽃, 바위 취, 등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선온난화시기인 1만1천580년에서 9천 800년 전 빙하기에도 소나무가 지배적이었다. 또한 툰두라 식물계가 대표적이었다.

일부지역에서는 느릅나무, 보리수, 떡갈나무가 소나무 숲 사이에서 자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온난기인 9천800년에서 8천200년 전에는 넓은 면적의 소나무 숲이 사라지고 떡갈나무 혼합림의 활엽수림이 생겼다.

초기온난화시기의 떡갈나무 느릅나무 삼림에서 점차 개암나무숲으로 변했다. 습한 기후로 관목종이 확산 된 과정을 말해 주고 있다.

중기 온난기인 8천200년에서 5천100년 전엔 점차 더 습해지고 온화해지는 기후에서 개암나무와 떡갈나무의 혼합림성장조건이 계속개선 됐다. 가문비나무의 확산이 절정에 달했으며 소나무가 점차 변방으로 내몰렸다. 그리고 전나무와 너도밤나무가 떡갈나무와 혼합림을 이루었다.

후기온난기인 5천100년에서 2천800년경에는 너도밤나무시기였다. 떡갈나무를 군락지에서 몰아냈다. 느릅나무는 보다 습기 찬 경사지역으로 보리수는 햇빛이 드는 건조한 지대로 내몰았다. 온대기후 그러니까 2천 750년 전부터 현재까지는 너도밤나무와 전나무가 숯을 만드는데 또는 건축물목재로 대량 사용 그 때부터 숲이 인간에 의해 감소하게 됐다. 소택지와 호수 등의 침전물에 있는 꽃가루먼지분석이 환경의 변천 그리고 지역경관의 오래 전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20세기 후반 이후 온대지역에 분포한 소나무가 점차 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에서 소나무가 고사하기 시작 점차 북상하고 있다. 그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소나무 등 식물이 후기온난기를 정점으로 중기온난기로 장차 빙하기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