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짜뉴스와 보험범죄

나치 독일의 괴벨스는 최악의 전범이지만 이 악한이 뛰어난 능력자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당시 독일인들이 나치에 호의를 갖게 된 것은 선전담당 괴벨스 덕분이었다. 이를테면 가짜뉴스의 최종 보스 격이다.

오늘날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가짜뉴스의 전파력은 초월적이다. 모범시민이 범죄자로 둔갑하기도, 범법자가 호감가는 방송인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똑 같은 사건을 놓고 정반대의 설명이 충돌한다. 가짜뉴스의 끈질긴 독성은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거짓이 진실을 살해하여 어떤 이는 명예와 목숨을 같이 잃는다.

가짜뉴스의 위험성은 개인을 벗어나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킴으로써 확장된다. 사회적 신뢰는 경제적으로도 특별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저명한 스티븐 코비 박사는 저서 ‘신뢰의 속도’에서 신뢰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사회구성원의 신뢰가 낮을 경우 업무속도는 저하되고 비용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신뢰도가 10%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0.8% 증가한다는 세계은행의 발표도 있다. 통상 1%의 경제성장은 약 6만명의 고용창출로 이어진다고 분석된다.

사회적 신뢰와 관련하여 주목할 게 상호부조 기능을 갖춘 ‘보험’이다. 보험은 ‘여러 사람의 평시 갹출로 어려움에 처한 한 사람을 돕자는 약속’에서 출발한 것으로, 사회적 신뢰를 대표하는 금융시스템이다. 국민의 십시일반으로 아픈 타인을 치료하는 건강보험부터, 보험료를 내고 불의의 교통사고 시 보상하는 자동차보험까지, 보험은 고통 받는 약자를 돕기 위해 참여자의 선의와 사회적 신뢰가 정교히 구체화된, 일반복지의 업그레이드판이다.

그런데 사회적 신뢰를 해치는 보험범죄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천억원, 적발인원만 8만명에 육박하고, 그 행태도 조직화·대형화 되는 추세이다. 허위진료·과잉진료를 일삼는 일부 사무장 병원이나 요양원,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모, 허위 장해와 나일론 환자 등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보험범죄는 결국 공적 사적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모두의 피해로 되돌아온다. 보험금은 눈먼 돈이 아니라 내가 낸 보험료이다.

보험범죄는 사회적 신뢰의 중요성에 동의하는 시민의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법집행기관의 적극적인 수사와 검거로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다만 보험범죄는 그 특성상 입증이 쉽지 않으며 여러 사람과 많은 자료를 장기간 수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애로가 있다. 애로가 큰 만큼 보험범죄 수사에 성과를 올릴 경우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지지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원과 지지가 없으면 보험범죄는 결코 척결되지 않는다. 범법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말할 것도 없다.

논어 안연편에서 공자는 ‘백성의 신뢰 없이 나라가 서지 못한다(無信不立)’라고 설파하였다. 신뢰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덕목일 뿐 아니라 기강을 바로 세우고 비용을 절감시켜 선진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된다.

믿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믿음이 있는 곳에 속할 때 사람은 진정 행복하다. 타 지역과는 달리 경기 인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짜뉴스와 보험범죄가 경기도에서부터 완전히 척결됨으로써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행복한 지역이 되기를, 이곳에 사는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은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김성훈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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