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恨, 사랑으로 채운 ‘기부천사 할머니’

“돈 없어 못 배우는 이들 위해 쓰겠다”
故 유수희씨 삯바느질로 모은 전재산 장학회 만들어 기부… 시신 기증도
양평 자랑스러운 개군면민대상 수상

故유수희

삯바느질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故 유수희씨가 자랑스러운 개군면민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씨는 지난 5월 10일 향년 96세로 타계했다.

유씨는 양평군 개군면 계전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결혼은 했으나 애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박을 맞아 홀로 서울로 상경해 삯바늘질, 찬모 등을 하며 어렵게 생활했다. 옛날 화신백화점 사장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유씨는 김종필 전 총리의 한복을 만들 만큼 뛰어난 바느질 솜씨와 음식 솜씨를 지녔다고 한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유씨는 어깨너머로 글을 배워 논어와 맹자를 줄줄 외울 만큼 총명했지만, 정작 글을 쓸 수는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유 씨는 평소에도 “나 같이 배우고 싶어도 돈 때문에 못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번 돈을 쓰겠다”고 다짐해왔다.

유씨는 2002년 서울의 아파트를 처분한 돈 3억 원으로 장학회를 만들었다. 2015년에 1억 7천만 원을 추가로 기부해 모두 5억 원의 장학기금을 만들어 지금까지 총 23명의 장학생에게 1억 5천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난 5월 양평의 한 요양병원에서 타계하기까지 매년 설날과 추석이면 장학생들을 찾아 격려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배움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이 고인의 낙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이 전한다.

“홍두깨라도 하나 낳았으면 좋겠다”라고 소탈하게 농담을 하던 유수희씨는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죽으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시신은 서울대병원에 기증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유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그동안 유씨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감사와 애통함을 담은 편지를 지금까지 보내오고 있다고 장학회 측은 밝혔다.

한편, 유씨에 대한 면민대상 시상식은 오는 6월 1일 열리는 제23회 개군면민의 날 기념식에서 장학생 대표가 대리 수상할 예정이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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