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앞두고 어머니를 만난 친구의 이야기다.
평상시에도 어머니와 한 달에 한두 번은 만나 바람 쐬어 드리고 식사하는 등 잘하는 친구였는데, 그날 어머니는 이 친구의 차를 타자마자 머리를 왜 그렇게 촌스럽게 했냐,뭐 같다 이러면서 딸의 머리스타일을 타박하며 지적하시더란다.이에 친구가 역정을 조금 냈다고 했다.큰 문제는 아니다.본래 엄마와 딸의 관계는 나이 들어가며 친구 같이 그럴 수 있다.다만 연세 있으신 어른들 중엔 마음은 안 그러면서 말을 좋게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서,연로하신 부모님께 의외로 그런 부분이 불만인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이건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때와 장소에 맞게,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 맞게 말을 하면 불필요한 구설은 피할 수 있다.말에 신중하지 않은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말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농담도 못하나’ 등의 말로 무안함을 대신하거나 합리화한다.특히 직장에서는 너무 넘치지도 않게 그렇다고 야박하게 짠 내를 풍기지 않는 말하기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먼저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순화해 조금만 표현을 바꾸어주면 내 이미지가 달라지고 내가 원하는 것까지 얻을 수 있다.
동료와 문제가 생겼을 때도 좋은 말로 바꾼다면 상대는 반감이나 저항 없이 마음을 움직여줄 것이다.
또 말을 할 때 사람을 고무시키는 감탄사를 잘 이용하면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있다는 표현과 공감의 표현을 함께 할 수 있다.처음 만난 사람,아직 친해지지 않은 사람은 물론 자신감이 없는 소극적인 동료,격려가 필요한 사람,부하의 칭찬이 필요한 상사 등에게도 마음을 열어준다.‘과연’, ‘역시’, ‘정말’, ‘와아’ 같은 짧지만 그 안에 감탄과 칭찬,공감,동조 등이 함께 내포된 표현을 해주면 상대방도 자신감을 갖고 나에 대한 호감도 높아진다.
말의 힘은 단어 하나의 선택에서도 드러난다.예를 들어1만 원을 두 사람이 나눠 가져야 하는 게임이 있다.한 사람은 돈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정한 후에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정한 것을 제안한다.제안을 받은 사람은 그걸 받아들이면 제안한 내용대로 나눠 갖게 되고 거절하면 둘 다 돈을 받지 못한다.문제는 여기서 사람들의 빠른 계산과 심리가 작용한다는 점이다.제안하는 사람이7대 3을 요구할 수도 있고, 9대 1을 요구할 수도 있다. 제안받는 사람은 바보가 아닌 이상 단 돈1천 원이라도 받는 게 낫지만,은근히 화가 난다면 ‘천 원을 받느니 너도 못 받게 하겠다’는 식으로 몽니를 부리며 거절할 수도 있다.이 게임을 처음에 어떤 명칭으로 소개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한다.‘월 스트리트 게임’이라고 소개하면 증권시장을 연상하며 게임을 약육강식 프레임으로 이해해 자기에게 더 유리한 분배 제안을 하고,‘커뮤니티 게임’이라고 소개하면 뭔가 게임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 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훨씬 더 공평한 제안을 한다는 것이다.
게임에 어떤 이름을 부여했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격이 달라진다.어떤 단어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참여자를 경쟁자로 만들기도 하고 한 팀으로 만들기도 한다.말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친한 사람 사이도 영원히 친한 법은 없다.친하기 때문에 마음이 상하면 적대적인 사이가 되는 것도 의외로 쉽다.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별명이나 잘하는 것을 칭찬하는 말 등이 좋은 농담으로 서로 유쾌해질 수 있지 않을까.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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