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행의 이유

어떤 사람이 마라톤에서 우승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한다. 때로는 숨이 턱에 차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속 달린다.뛰다가 다리에 힘이 빠져 발을 헛디뎌 길바닥에 넘어지자 나무그늘 밑에서 앉아있던 사람들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힘든 것을 왜 하느냐고, 그러자 이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당신들이 앉아있는 동안 나는 서 있지 않습니까?’

2~3시간의 산행이 사람 몸에 적당하다고 한다. 적당하다는 말은 ‘그래도 그 정도는 해야’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산행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물욕이나 탐욕이 아닌 자신의 건강에 대한 욕심이다. 그러다보니 산행 시간이 계속 늘어만 간다.1년에 세 네번 정도의 긴 산행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데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산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산행에 대한 욕심이 생겨난다. 무한도전의 욕망도 생겨난다. 자신감도 생겨난다.자신의 체력을 테스트 해 보고 싶은 생각에 삶의 의욕이 생겨날 정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해 보지 않은 종주 산행을 해 보곤 한다.불가능할 것 같은 그러한 것들이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내 자신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어떤 어려운 일도 견뎌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게 된다.

4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잦은 술자리와 운동부족으로 건강을 해친 적이 있었다. 건강을 찾기 위해 시작한 산행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아내와 함께 백두대간 종주를 했고, 작년 10월엔 지리산 당일 종주를 마쳤다.

지리산행은 일반인은 2박3일 정도에 종주를 하고 조금 산행을 한 사람은 1박2일 정도에 종주를 한다.사실상 1박2일 종주는 (새벽부터 시작하여 산장에서 1박 후 익일 14시정도에 하산함) 이젠 보편화된 종주 일정이다.

무모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하지만 자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잠재적으로 마음속에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스스로 계획을 철저히 세워서 체력을 키우고 끈기를 기른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얼마 후면 정들었던 직장에서 떠나야 한다. 산행은 아니지만 또 다른 도전으로 우리 국토를 종단 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340km 거리를 7박8일간 일정으로 걸었다.

이 길을 걸으면서 40년 공직 생활을 뒤돌아보고 퇴직 후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던 것이고 또 다른 목적은 나 자신의 건강을 테스트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늘 긴장감과 성급함에 쫓기듯 살았다.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할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생활을 찾아보자. 100대 명산을 찾아다닌다던지, 전국의 5일장을 찾아 나선다든지, 전국의 축제 현장을 찾아본다든지, 그 동안 못해 본 취미 생활을 해 본다든지, 둘러보면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조금씩 투자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건강한 노후 생활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내 옆에 있는 것이다.

양인섭 수원시상수도사업소 맑은물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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