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켜야 할 작고 여린 어린이
풀꽃
- 정명희
만지기도 전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버릴 것 같은
작은 풀꽃.
그 속에
씨도 있고
노랑 수술 여섯 개
정처럼
붙어 있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리도록
가냘프다.
산길이나 들길에 나갔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풀꽃.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시인은 그 우연한 만남을 놓치지 않고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다. ‘만지기도 전에/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릴 것 같은/작은 풀꽃’. 시인의 노래처럼 풀꽃은 작고 특별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여기에 꽃도 화려하지 않아서 눈길을 오래 끌지도 못한다. 작고 여린 마음을 가진 이나 만나야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은 그래서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은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고 제창하면서 비롯되었다. 선생은 어린이를 어른의 부속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야 한다면서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쓰자”고 한 분이다. 그로부터 96년의 세월이 흘렀다. 100년 가까이 지난 오늘, 우리 어린이들은 과연 그런 귀한 존재로 대접받고 있는지 조용히 반성해 볼 일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아직도 많은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폭력과 학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의 80%가 부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 동시는 작고 여린 풀꽃을 통해 우리 어린이를 돌아다보게 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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