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에는 ‘지역R&D(연구개발)’라는 것이 있다. 국가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경제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정치, 경제, 산업, 문화, 인구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역특별회계를 만들어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지자체에게 국가연구개발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에서 추진하는 2019년 지역R&D 사업예산이 약 1조 4천300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이는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광역지자체에게 각각 평균 연 1천억 원이 지원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R&D정책의 성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2003년 참여정부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난 15년 동안 국가의 예산 중 일부를 특정해서 비수도권지역의 혁신역량을 높이는데 사용했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좁혀졌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고 전국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국가출연 연구기관과 공기업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있지만, 그 결과 주말부부와 고속도로ㆍ철도 이용객만 늘었을 뿐이다. 정부가 지역의 혁신역량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지역R&D정책은 우리나라 지역발전의 불균형 문제를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서 해소해 보겠다는 의지이다. 정부가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를 책임져 주겠다는 발상이 고맙긴 하지만, 그동안의 지역R&D정책에 대한 성과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지역R&D사업이 국가R&D사업과의 차별성을 찾기 어렵고, R&D성과물이 지역의 발전과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부처별 칸막이 지원체계로 인해 지역 내에서 유사한 R&D사업들이 동시에 추진되기도 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정부의 지역R&D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지역을 잘 모르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역혁신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자체가 자기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를 책임지고 지역R&D정책을 추진할 역량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지역민이 원하는 바를 가장 잘 이해하는 주체는 바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이다. 정부가 지역R&D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소기의 정책목적을 달성하려면 지자체와의 협력만이 답이다.
다만, 지역R&D와 관련하여 경기도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경기도는 수도권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부의 지역R&D정책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지역R&D정책을 통해 타 지자체의 지역혁신을 지원하는 반면, 경기도는 스스로 지역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자체인 것이다. 독자적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게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자체 R&D예산을 투자하여 지역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도 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세계적 기업이 경기도로 들어오는 혁신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경기도는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을 결집하고 강력한 추진체계를 통해 바이오, 정보통신, 반도체, 정밀기기 등 첨단산업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경기도에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져본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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