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섬에서 펼쳐지는 2019 바깥미술 남한강전 ‘부유하는 섬’ 27일 개막

지난 27일부터 양평의 수몰 섬인 양강섬에서 열리고 있는 <2019 바깥미술 남한강 전>은 여러모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미술 전시다.

38년을 이어온 바깥미술회의 전통에 따라 모든 작품은 전시장인 양강섬에서 만들었다. 대부분 작품의 재료도 현장에서 구하거나, 현장에 있는 자연물과 비슷한 재료를 사용했다. 그래서 작품들이 주변을 자연을 압도하거나 도드라지지 않고 자연 속에 스며든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3명의 작가가 지난 23일부터 개막일인 27일까지 한 숙소에서 합숙하는 것도 바깥미술회의 오랜 전통이다. 매일 밤 작가 회의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동료들에게 소개하고, 토론하고 자극받는다.

전시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많은 관객이 이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이 산책을 나온 사람들에게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일부 작품들은 관객의 참여를 열어 놓았다. 양강섬을 재현해 놓은 박봉기의 작품 ‘호흡’은 관객이 풀과 꽃으로 만든 작품에 물을 주도록 물뿌리개를 갖다 놓았다. 천과 나뭇가지로 만든 김보라의 ‘유랑’에는 관객이 바느질을 이어 가도록 실과 바늘을 준비해 놓았다.

재일동포 3세 하전남은 벚나무에 치마처럼 한지를 둘렀다. 임신한 어머니를 표현한 그녀의 작품은 왠지 모를 서러움과 함께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벚꽃이 일본의 꽃이라 생각해 일본에 있을 때는 그 아름다움조차 즐기지 못했는데 우리나라에 와서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말을 듣고 이제야 벚꽃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어 후련하다”라는 작가의 말이 애잔하다.

정혜령의 ‘어제의 무게’는 강변 비탈에 분홍빛 철사로 만든 가벼운 길이다. 바닥에 내려앉은 꽃길을 영혼이 가벼운 사람은 작품 위를 걸어가도 좋다고 작가는 말하지만 새털 같은 영혼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조심스레 바라만 볼 일이다.

개막일에 맞춰 연주자 백운상과 서예가 김수은 부부의 퍼포먼스 ‘바람비’는 백운상의 박진감 있는 리듬에 맞춰 김수은이 ‘춤’이란 글씨를 섬 바닥에 쓰는 매력적인 공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지금 양평의 아픔과 역사를 간직한 양강 섬에는 13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열정을 다해 만든 작품들이 관객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이 봄, 양평의 호사다.

전시는 다음달 6일까지.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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