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화두다. 뿌옇게 가려진 시야와 마스크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언젠가부터 일기예보는 날씨가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 됐다. 지난 겨울 날씨를 일컬어 ‘삼한사미’라고 한단다. 삼일 춥고, 다음 사일 가량은 미세먼지란 뜻이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를 넘어 ‘초미세먼지’까지 등장하면서 대기질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정부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 자동차를 지목하고 경유가격을 인상하여 경유차 구매를 감소시키고자 했고, 삼겹살과 고등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세간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 정부도 최근 미세먼지 대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경유세 인상, 차량 2부제, 도심 초대형 미세먼지 타워, 인공강우 등이다.
미세먼지 국민포럼에서 미세먼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경유세 인상이나 차량 2부제 실시, 도심 초대형 미세먼지 타워 설치, 인공강우 모두 현실적으로 저감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고, 복잡한 국제 이해관계로 인해 다른 국가와의 공동 대응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동시에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원인 중 국외 요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국내 요인 해결을 위해서는 LNG와 석탄 등 에너지믹스의 재검토, 공장이나 소각장과 같은 대형 배출원에 대한 규제와 단속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에너지믹스의 재검토와 대형 배출원에 대한 규제와 단속 강화와 같이 국내 요인 해소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크게 동의했다. 국외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당장 실행 가능한 국내 차원의 문제부터 단계별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수행한 ‘한미 공동 대기 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은 주로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서해 지역이나 차량 흐름이 많은 서울·경기 등 도심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국내영향이 52%, 국외영향이 48%로 나타났다.
한편, 대형 배출원에 대한 규제와 단속 강화도 여러 가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미세먼지 대책은 대부분 미세먼지에 대한 규제 원인을 국민이나 정부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산업계에 대한 책임 묻기와 규제는 미미하다. 미세먼지 유발 요인을 국민, 산업, 정부로 구분하여 생각해 보면 가장 큰 유발자는 산업임이 자명하고, 또한 한국의 산업이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과 같이 미세먼지와 석유부산물을 많이 유발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국가경제의 기반으로써 산업은 발전돼야 하지만, 이들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국가는 제동을 걸어야 하고, 산업계로 하여금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요구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먼저 규제 기준 설정이 중요할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업종별, 규모별로 구분하여 미세먼지 배출 수준을 수치화하고, 이를 규제 및 단속의 기준으로 지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만약 특정 업종이 규제의 대상이 된다면, 해당 업종의 전·후방 산업도 규제 대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산업 규제와 더불어 산업계에 미세먼지 저감 시설 도입 및 저감 산업 육성을 요구할 수 있다. 저감 시설 도입으로는 정화필터 설치, 노후설비 교체나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에너지 공장으로의 교체를, 저감 산업 육성으로는 전기차 분야나 공기청정산업, 또는 친환경 소재 개발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부산시는 최근 항만과 산업단지에서 지속적으로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미세먼지저감 청정공기산업 육성사업을 실시했다. 이러한 시도와 노력을 지자체 단위에서 나아가 국가 단위에서 수행해야 할 것이며, 노력의 주체는 국민과, 산업계, 국가가 함께하되 그 선봉에 산업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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