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농민의 계절이다.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손놀림은 3월, 4월 하루가 다르게 분주해지고 있다. 올해 농사는 어떨까? 쌀값은 어떻게 될까? 농민들의 마음은 이쯤에서 심란하기만 하다. 농업과 농촌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최근 농촌과 농업이 만들어내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늘고 있다. 농촌과 농업이 없다면 치러야 할 비용 내지 직접적인 효과를 수치로 분석한 결과 매년 27조가 넘는 부가가치가 생산되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판매액은 제외한다. 홍수조절·지하수 함양·기온순화·대기정화·토양유실저감·축산분뇨소화·수질정화 등의 경제적 가치만 약 18조6천34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농촌경관 약 2조452억원, 농촌활력제고 등 사회·문화적 기능이 약 4조40억원, 식량안보기능은 약 3조1천158억원이다.
경기도의 농가인구는 경북(40만명)에 이어 전국 2위(32만명)이다. 소득으로 보면 경기도 농가당 평균소득도 4천300만원으로 전국 2위이다. 하지만 농가소득의 내용을 보면 농산물 판매 소득은 17% 정도인 75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나머지는 농촌 체험 관광이나 가공 식품 제조, 농한기 일시 취업, 농촌 직불금, 자녀 용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농사 수입만으로는 자녀를 키우고 일반적인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도시를 100으로 보자면 농촌의 소득은 그의 60% 이하이고 해마다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나고 있고, 60세 이상 농업인 비율이 70%를 넘고 있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농업 내부적으로도 빈부 격차가 심화돼 상위 10% 농업인이 생산량의 50%를 차지하고 하위 50%는 10%를 생산하고 있다. 1개 마을당 40세 미만 농업인은 현재 2명 정도인데, 10년 뒤에는 2개 마을에 1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젊은이가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그냥 두어도 괜찮을까? 경기도 곳곳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의 규제로 묶여 있다. 이런 이유로 이들 지역은 농업 외에는 소득원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고,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은 변화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최근 귀농 귀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녹록지 않은 농업 현실에 도시로 되돌아가는 숫자도 늘고 있다. 도시의 높은 실업률과 주택, 교통, 복지 문제 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농촌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막상 농촌의 현실도 평화롭지만은 않다. 향후 4차 산업 혁명시대가 본격화 할수록 도시는 일자리 감소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불안한 농촌의 삶을 해결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농촌을 농산물의 생산기지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농촌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농촌에서의 삶에 자긍심을 가지면서 행복을 느껴가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또 일정한 소득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 많은 농업인들이 주장하는 기본소득 도입도 하나의 방안이다. 기본소득제(basic income guarantee)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재산이나 소득, 노동 여부에 관계없이 생활에 필요한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낮은 소득과 농산물 가격 불안정에 따른 어려운 농업 환경에 농민기본소득이 한 줄기 빛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농촌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고 후손에게도 잘 전달해줘야 하는 것에 다들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경기도 농촌을 구하자.
김충범 경기도 농업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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