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46년 영국에서 출판된 시집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은 브론테 가의 세 자매인 샬럿, 에밀리, 앤이 남성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또 지난 18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사일러스 마너>,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등을 출판한 여성 작가 메리 에반스도 조지 엘리엇이라는 남성 필명을 내세워 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사회가 문학계를 바라 봄에 있어서 남성우월주의적인 시각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별을 피하고자 이 같은 고육지책을 사용했다.
이처럼 여성 작가가 남성 필명을 앞세워 등단하는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장벽을 깨는 모습을 표현한 영화 <콜레트>가 오는 27일 스크린에 선다.
실존 인물인 남성필명 여성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이야기를 그려낸 이번 영화는 명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콜레트 역을 맡아 더욱 눈길을 모은다. 극 중에서 콜레트는 19세기 말 프랑스의 시골 소녀로 등장한다. 그는 바람둥이 소설 편집자 윌리(도미닉 웨스트)와 사랑에 빠져 파리에 왔지만 파리의 콧대 높은 사교계와 남편의 외도 등으로 지쳐만 간다. 그러던 와중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소설 ‘클로딘 이야기’를 남편 이름으로 출판하게 된다. 클로딘 이야기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급기야 소설 속 주인공 클로드의 이름을 딴 브랜드까지 런칭되는 등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명예는 남편에게 돌아가게 되고 콜레트가 저자로서의 권리를 찾으려 하자 남편의 억압은 더욱 심해진다. 남편의 마음이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콜레트는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게 되면서 극 중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19세기 말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은 성녀 혹은 창녀로 이분화 돼있었으며 코르셋으로 대변할 수 있는 억압적인 구조가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었다. 극 중에서도 콜레트는 초반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치마를 입지만 그를 도구화한 남편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하면서 바지를 입는 등 강요된 여성성에 저항한다. 현실에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결국 홀로서기에 성공해 자신의 이름으로 ‘셰리’, ‘푸른 보리’ 등 여러 소설을 발표하고 뮤지컬 배우, 안무가, 연극 연출가로서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다. 또 프랑스 콩쿠르 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ㆍ회장을 역임하며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 ‘해리포터’로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른 J.K 롤링은 자신의 우상으로 콜레트를 꼽기도 했다. 아늑한 시골 풍경, 클래식한 음악 및 음향 효과, 19세기 말 프랑스의 감각 있는 의상 등을 통해 콜레트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어떻게 필름 속에 표현됐는지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15세 관람가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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