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장자연 문건 정말 몰랐을까?…디스패치의 의혹 제기

배우 이미숙. 연합뉴스
배우 이미숙. 연합뉴스

배우 이미숙은 정말 故 장자연 문건을 몰랐을까.

온라인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18일 이같은 질문을 던지며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또 하나의 의혹을 제기했다. 시작은 장자연 사망 일주일 전 시점이다.

디스패치는 "故 장자연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지 10년. 장자연 사건은 여전히 혼돈이다. 무엇하나 명쾌한 게 없다"며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장자연 사건은 여기서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자연은 2009년 2월 28일 서울 송파구의 한 사무실을 찾았다. 장자연의 방문은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약 3시간 30분간 그곳에 머무른 장자연이 나섰고, 그녀를 전 소속사 매니저였던 유장호가 배웅했다.

다음날인 3월 1일, 유장호는 장자연이 전날 작성한 문건을 들고 MBC 드라마센터에 있던 이미숙을 만났다. 유장호의 동선은 그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유장호는 장자연에게 "신사역인데 어디니?"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유장호는 그러나 경찰 진술에서 이미숙에게 장자연 문건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성훈(본명 김종승) 대표가 신인 배우들에게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고, 이미숙이 '정세호 감독과 상의해보라고 했다'고만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튿날 장자연은 다시 유장호의 사무실을 찾았다. 당시 경찰의 CCTV 분석에 따르면 장자연의 표정은 밝았다. 엘리베이터 내에서 웃고 있었다는 내용의 수사기록도 있었다. 장자연은 이후 가장 믿는다는 한 언니와의 대화에서 계약해지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디스패치는 이날 보도에서 장자연 문건을 확보해 공개했다. 디스패치는 "장자연은 유장호 사무실에서 A4지 4~6장 분량의 글을 썼다. 하지만 그녀가 죽은 뒤, 이 문건은 '장자연 유서'로 포장됐다. 유장호가, 그렇게 둔갑시켰다"고 전했다.

디스패치가 18일 장자연 문건이 작성된 경위를 보도했다. 디스패치 홈페이지
디스패치가 18일 장자연 문건이 작성된 경위를 보도했다. 디스패치 홈페이지

공개된 장자연의 생전 피해 사례는 익히 알려진대로 강요에 의한 술접대, 잠자리 요구, 욕설, 구타 등이었다. 특히 2008년 10월경 드라마 '자명고' 감독에게 술접대를 했고, 김성훈 대표가 송선미 욕을 했다는 사실 등을 날짜와 함께 꽤나 구체적으로 적어놨다.

이렇게 구체적인 피해 사실과 함께 지장과 자필 사인, 그리고 간인(이음도장.서류의 종잇장 사이에 걸쳐서 도장을 찍는 것)까지 들어간 '장자연 문건'을 유서로 볼 수 없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더했다. 유족 역시 장자연 문건은 유서가 아니며, 본인 의지대로 작성한 것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디스패치는 문제의 장자연 문건이 작성된 이유를 소속사 내 전속계약 분쟁으로 인한 결과라고 봤다. 장자연 송선미 이미숙 등이 소속한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김종승 대표와 이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다 독립해 호야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유장호의 싸움이 시작이었다.

2008년 유장호가 호야 설립 후 송선미와 이미숙을 데려오면서 갈등이 증폭됐고, 이 과정에서 이미숙의 계약위반 문제가 터지자 장자연이 원치 않는 싸움에 끼어들었다는 것이 디스패치의 분석이다. 이미숙은 분쟁 중인 김종승 대표를 혼내주고자 정세호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먹히지 않았고, 결국 유장호가 나서 이미숙을 돕기 위해 장자연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그렇게 장자연 문건이 작성됐다.

디스패치는 "장자연 사건은, 이처럼 복잡하다. 단서는, 그가 남긴 유서. 아니, 유서로 알려진 문건이 전부다. 그녀가 술접대에 이용된 건, 명확하다"며 "하지만, 간과해선 안된다. 장자연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 그 세력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숙의 참고인 조사 진술서를 공개했다. 이 진술서에서 이미숙은 장자연 문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정세호에게 (장자연 문건 내용을) 말했다는데 사실이 아니냐?"는 경찰의 질문에 "아니요. 정세호 감독님이 잘못들으셨나본데요"라고 답했다.

한편, 디스패치의 의혹 보도로 앞서 윤지오 씨의 "저보다 더 많은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함구하는 배우가 있다. 저보다는 영향력 있는 배우들이다"라는 증언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현재 장자연 사건의 공소시효가 1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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