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조선백자의 원토인 백토를 발굴한 경기도 광주, 불꽃 흙으로 빚어진 조선의 미학으로 새로이 조선의 맥을 잇는다.”
고대 신화 속의 ‘불꽃’이란 문명과 문화를 의미한다. 신으로부터 건네 받은 뜨거운 문명의 불꽃은 고대 인류 문명을 품은 채 머나먼 아시아의 작은 나라 조선에 닿게 되었다. 창공을 나는 송학 한 마리 두 발을 흙에 묻고 날갯짓을 멈춘다. 인간의 문명으로 전해진 성스러운 불꽃은 마침내 조선의 흙을 만나 동아시아의 백자에 숨을 불어 넣었다.
조선 왕실의 사웅원 사기장들의 손길에 의해 조선의 백토(白土)는 단아하고 아름다이 부풀어오른 성형의 자태를 부끄러이 비추며, 무색 투명의 유약을 걸쳐 불과 함께 환원염으로 함께 녹아내리는 조선의 작은 우주가 만들어 진다. 이런 백자의 자태는 조선 사기장들의 혼과 열 그리고 관청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세계의 가장 존귀한 빛과 선을 세계의 역사에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백자의 빛과 선은 전쟁으로 인한 동아시아의 역사적 분리로 깨져버리고 불꽃은 빛을 잃어갔다. 조선 백자의 빛은 병자호란 후 500년간 꿈틀거림 하나 없이 조용했고 소리없이 흙으로 돌아가 광주 땅에 조용히 묻혀져 갔다. 하지만 그 흙은 소리 없이 숨을 쉬며 그 자리에서 입을 다문 채 스스로에게 숨을 불어 넣고, 태양 중력의 물줄기로부터 몸을 적시며 입을 채우고, 스스로의 원소를 보존하며 흙의 생명을 지켜냈다.
500년의 시간이 흐른 이곳, 광주 땅, 경기도 꽃을 재배하는 농장주로부터 목절점토와 백토가 발견되었고, 정확하고 과학적인 실험과 자료를 통해 조선시대 왕실 도자의 근원인 사웅원의 주된 흙으로 판명되었다. 그 백토는 절대적으로 선조 왕조로부터 내려받은 우리 정통성의 기원인 조선 백자 원토인 것이다.
기존의 백자토와는 확연히 차등이 된 광주의 백토는 훌륭한 성분으로부터의 부드러운 성형과 화염에 의한 눈부시는 색감은 세계적으로 으뜸이 되는 월등한 백자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굴 껍질을 갈아 가루를 뿌려놓은 듯 백색토를 입고 숨을 쉬는 부푸른 몸통과 가는 목 밑으로 풍성히 늘어진 아름다운 곡선의 길은 광주의 땅 바로 이곳, 백토의 심장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흙과 불의 생명인 ‘500년 기다림의 빛’이다. 조선의 맥을 그대로 불어넣은 조선백토, 광주 도예가들의 뜨거운 애정으로 새 심장을 부여받은 오늘의 백자와 분청자기는 빛이 닿지 못한 깊은 바닷속 맑은 태양의 빛이다.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아트홀 갤러리에서 열릴 <광주 흙으로 빚어진 조선의 미학> 전시를 통해 아름답고 소중한 조선백자의 문화를 우리 자손에게 이어지게 하며 세계 속에 가장 아름다운 백자의 빛을 다시 알림으로써, 이러한 자랑스러운 ‘정통성 문화의 힘’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박상진 경기도무형문화재 분청 사기장 제41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