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한 갤러리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역사화전이 개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양평 하우스 갤러리 백하헌은 지난 27일부터 오는 12일까지 ‘3·1혁명 100주년 기념 독립운동 역사화전’을 주제로 한 중견화가 황재종의 전시회를 진행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작은 시골집 갤러리에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여운형, 안중근, 김구, 윤봉길 등의 독립운동가들과 의병들의 역사화를 통해 암울한 시대를 열정으로 불태운 선열들이 내뿜는 가늠하기 힘든 숭고한 정신에 저절로 옷깃을 여미고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60여 점의 작품 중 하이라이트는 1907년 영국 기자가 양평에서 촬영한 의병들의 사진을 모티브로 그린 그림과 몽양 여운형의 100호짜리 초상화이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마지막 장면으로 더욱 유명해진 무명 의병들의 사진을 작가는 여러 가지 버전으로 그렸다. 100호짜리 그림 ‘양평에서 만난 의병’의 배경은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피오르 해변 너머의 핏빛 하늘과 진주구름을 형상화했다. 당시의 의병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과 죽음의 공포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30호짜리 같은 주제의 그림의 배경에는 구식 총을 든 의병들 뒤로 적군의 비행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적의 막강한 화력과 의병들의 빈약한 화기의 극명한 대비다. 황 작가는 앞으로 이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연작을 그릴 예정이다.
몽양 여운형의 초상화는 2점이 전시되어 있다. 백화헌을 들어서면 현관 정면의 몽양은 하얀색 양복을 입고, 결연한 표정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몽양의 환갑잔치 사진을 원작으로 표현한 100호짜리 몽양 초상화에서 몽양은 태극기 한가운데 한복을 입은 모습이다. 몽양의 가슴에는 무궁화와 목단을 달고 있다. 각각 남한과 북한을 상징한다. 좌우합작과 통일을 추구한 몽양의 정신을 표현했다고 화가는 말한다.
지난해 가을 백하헌의 정혜경 관장으로부터 양평지역 독립운동가들의 초상화 제작을 제안받은 황재종은 역사적 위인들의 기념비적인 초상화와 상황묘사를 하면서 역사화 제작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화가 황재종은 “무릇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일진대, 과연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립운동 100년이 지나도록 우리에게는 아직 일목요연한 역사화가 없다. 이 시대의 국치(國恥)다”라고 역사화를 대중화하는 화가로서의 소명을 전했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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