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첫 달이 훌쩍 지나갔다. 앞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을 만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세속의 괴물이 되어져 가는 것 같아 두렵다. 10년도 더 지난 2006년에 봉준호 감독이 쏘아 올렸던 영화 ‘괴물’의 캐릭터가 남도의 친숙한 어종 짱뚱어였다고 할 때 그 두려움이 더해진다. 괴물이란 다수의 사람들이 기이하게 생겼다고 보는 생명체로서 정상이 아닌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친숙했던 짱뚱어가 괴물로 변형될 수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그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기에 당연히 두려움이 커지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최근에 방영되었던 텔레비전 드라마 ‘SKY 캐슬’은 그런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스카이(SKY)는 대한민국의 상위 서열에 배치된 대학의 머리글자이기도 하겠지만 하늘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이기도 하다. 즉 하늘처럼 구별되어진 특별한 곳에 살면서 최고의 명성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 드라마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괴물을 사육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드라마 방영 중에 의미 있는 장면이 살짝 비치고 지나갔었다. 이 스카이 캐슬을 고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동화작가의 손에 쥐고 있었던 ‘신자유주의 인격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라는 책이다.
저자인 파울 페르하에허(Paul Verhaeghe)는 이 책의 서문에서 현대인의 일탈을 소개하면서 그 이유를 ‘규범과 가치의 실종’, ‘적대적 반항장애’로 지적한다. 특히 정신의학에서는 ‘우리 안에 숨은 짐승’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하고 그 내재된 짐승이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문화를 지배하는 동안에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형돼갔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변형된 것을 ‘신자유주의적 인격’이라 지적하면서 그렇게 상속된 경제 능력을 물려받은 자는 사다리의 높은 곳에 머물지만 빚을 물려받은 자는 낮은 곳을 떠나지 못한다고 본다. 그리고 교육을 많이 받은 부모는 자식들이 태어날 때부터 호기심과 지식을 전달하여 그들의 아이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공부를 잘할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은 이 두 가지 형태의 유전이 결합되어진 돈과 학위를 중시하는 새로운 정적 사회를 가동하면서 소수의 상류층은 중산층이 자취를 감춘 사회에서 다수의 하류층을 디딤판으로 삼아 혜택을 누리게 된다고 설명하고 이로 인해 공격적으로 변하는 사회관계에서 현대 사회의 괴물이 어떻게 만들어져 가는지를 고발하고 있다.
성경이 처음 다루는 괴물은 ‘네피림’이다. 번성하는 사람이 낳은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하나님의 아들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를 삼아 낳은 아들이다. 비록 성경은 이들이 고대에 명성을 얻은 ‘용사’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여호와께서 사람 지었음을 후회할 정도로 그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했다고 한다(창세기 6:1-6). 심지어 그들의 괴물성(怪物性)은 하늘에 도전할 정도였다고 하니(창세기 11장) 마치 현대의 과학기술이 신의 창조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물론 신은 그들의 사악함을 홍수로 쓸어버리시거나 다시는 악을 꾸미지 못하도록 지면에서 흩어버림으로 대응하시지만 말이다.
신은 신의 형상을 닮은 사람을 만들었지 괴물을 만들지 않았다. 그저 교만한 사람이 자기를 뽐내려고 괴물을 만들어 갈 뿐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잠언 16:18)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굳이 괴물이 되어 혼자 살 인생이 아니라면 겸손히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 있게 살아가는 법도 배워둬야겠다.
강종권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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