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둔화로 인한 차이나 리스크가 연초에 글로벌 금융과 실물 시장을 강타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애플, 제너럴 모터스 (GM), 폭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들과 소매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애플은 올해 1분기 전망을 3개월 전보다 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대폭 낮추어 연초에 애플 주가가 8% 급락한 애플 쇼크가 발생했다. 이에 미·중 무역 분쟁으로 제조업 등 실물 경제가 침체되면서 소비, 투자, 수출 등이 연쇄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회색 코뿔소 (Grey Rhino)로 불리는 부채 공포이다. 기업 부채, 그림자 금융, 부동산 거품 등이 중국의 3대 회색 코뿔소로 중국 경제의 대내적인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올해 중국경제는 제조업의 과잉설비에 대한 구조조정,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미중 무역 분쟁으로 GDP 성장률이 6.0%대로 10년 전 금융 위기와 비슷한 L자형을 보일 것이 전망된다. 중국의 경기 둔화 및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원 수출국의 재정 악화, 신흥국의 자금 이탈, 선진국의 대중 수출 감소 등으로 세계교역은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경제의 변동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역별 수출 1위인 중국 수출이 작년 11월 (-2.7%)과 12월 (-13.9%)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중간재 비중이 크고 소비재 비중이 5% 미만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중간재, 자본재 위주의 가공형 수출구조로서 중국의 대외수출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우리나라 국내 실질GDP 대비 수출 비중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경기변동은 국내 경기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 투자 및 가공무역 축소,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중간재 수입 축소는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라 한국의 부품 소재 수출이 어려워지고 상대적으로 고부가치인 중화학 제품의 수출 확대 및 수출경쟁력 제고로 세계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국내 제품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 화학, 철강, 화장품 등 중국 수요가 큰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경기순환적 요인에 각종 구조적 요인이 겹쳐 실적부진 및 수익성 악화로 위기에 직면하고 석유화학산업의 위기상황은 과도한 중국의존에 따른 ‘차이나 리스크’가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5%대에 불과한 소비재 수출을 늘리고 제조업 위주의 투자를 유망 서비스업종으로 확대해야 한다. 양로, 가사, 의료서비스 등 서비스 분야와 문화, 여행, 헬스케어 등의 소비재 분야에 대한 시장공략이 필요하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책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산업고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나 아직 성과는 미진하다.
그러나 중국 산업의 고도화는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의 주력산업(자동차, 철강, 화학 중공업 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2017년 스마트카, 스마트 전자, 시스템 반도체 등 13개 분야에서 한·중간 기술격차가 2015년 0.9년에서 2017년 0.7년으로 줄어들었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의 강점을 활용하여 선진기업 및 기술을 도입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중국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고부가치 상품의 개발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 제조 2025’ 등의 제조업 고도화 정책으로 우리나라 고급기술과 R&D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의 양적 성장 위주 전략에서 탈피하여, 질적인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이나 리스크의 실체를 좀 더 정확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