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수급인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 도급인의 저당권설정행위와 사해행위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하는바(민법 제406조), 수인의 채권자 중 특정 채권자에게만 채무자의 유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행위도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민법 제666조는 “부동산공사의 수급인은 보수에 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그 부동산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의 설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에 따라 도급인이 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행위도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된다.

판례에 의하면, 민법 제666조는 부동산공사에서 목적물이 보통 수급인의 자재와 노력으로 완성되는 점을 감안해 목적물의 소유권이 원시적으로 도급인에게 귀속되는 경우 수급인에게 저당권설정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수급인이 사실상 목적물로부터 공사대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고, 이러한 수급인의 지위가 유치권을 행사하는 지위보다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니어서 도급인의 일반 채권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해지는 것도 아닌 점 등에 비춰, 신축건물 도급인이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에 따라 공사대금채무의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편,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이 양도되는 경우 저당권설정청구권도 함께 이전되는지 여부도 이와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최근 판례는,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은 공사대금채권에 부수하여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저당권설정청구권은 함께 양도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대금채권이 양도되는 경우 저당권설정청구권도 이에 수반해 함께 이전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저당권설정청구권이 공사대금채권을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이는 별개의 권리로서 수급인의 특별한 사정을 감안해 인정된 권리이고, 수반 이전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공사대금채권과 함께 양도되지 않는 이상 저당권설정청구권은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아무튼, 최근 판례와 같은 입장에 서게 되면, 신축건물 수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채권을 양수받은 자의 저당권설정청구에 의하여 도급인이 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게 된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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