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라는 굵직한 이슈가 포진하고 있는 중요한 해이다. 도시민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전국 1천100여개 농축협은 물론, 수협과 산림조합 등 한국 농업을 책임지고 있는 조직의 대표를 선출하는 조합장 선거는 농촌사회에서 대선과 총선에 버금가는 큰 의미와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각 조합마다 개별적으로 실시되던 조합장 선거는 2014년 ‘공동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이 제정·시행되고, 2015년 3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처음 실시되면서 전국 규모로 확대되었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농식품부는 일찍이 ‘동시 조합장선거 공명선거 대책’ 발표 및 ‘조합장 공명선거 추진 점검단’을 운영 중에 있으며, 농협중앙회 또한 일련의 선거관리 전담기구와 학계·법조계·농민단체로 구성된 ‘공명선거자문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선거제도가 그렇듯이 현재의 조합장 직선제는 수많은 농민들이 살신성인과 불굴의 투쟁으로 어렵게 얻어낸 결과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약자인 농민을 대표하는 조합의 수장을 제대로 선출하는 일은 쓰러져 가는 농촌과 농업을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스스로가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라면 다시 한 번 각종 비방과 흑색선전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가지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하겠다.
얼마 전 개봉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아쿠아맨’의 감동 포인트는 다른 히어로처럼 그가 초인적인 힘과 뛰어난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아군과 적군을 뛰어넘어 바다의 모든 생물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혼자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조합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라면 해당 조합의 수장을 넘어 농민과 농촌의 수호자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그 진심을 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자칫 농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농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뿌리는 도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로부터 외면받은 농촌은 결국 재기불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영화 ‘아쿠아맨’의 주인공이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과거 찬란했던 아틀란티스 제국의 옛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원대한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왕은 나라를 구하지만, 영웅은 세상을 구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다가오는 3월 13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조합의 왕이 아닌 진정한 영웅을 뽑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 또한 위기에 처한 농업의 현실과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길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조합장을 선출하는 데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가 행사되길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이수원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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