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숨은 영웅들’ 외면한 GTX A 노선 착공식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팀에 헌신한 선수를 ‘언성 히어로(unsung heroㆍ숨은 영웅)라고 부른다.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은 맨유에서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승리를 견인, ‘언성히어로’로서 각별한 예우를 받았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지난 27일 킨텍스에서 열린 GTX A노선(수도권광역급행철도, 파주운정~감남삼성) 착공식에서 언성히어로인 파주시와 시민들은 예우받기는 커녕 정치적 행사의 들러리가 됐다. 시민들은 이런 푸대접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렸다.

파주시와 시민들은 당초 파주가 포함되지 않았던 GTX A노선을 파주 연장노선으로 만들기 위해 수년동안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를 괴롭혔다.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나서 탄원서을 청와대 등지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온갖 모멸과 푸대접은 다반사였다. 이에 좌절하지 않고 파주연장이 포함된 GTX A노선 착공식을 이끌어 냈다. 그런데 이날 착공식에는 언성히어로들은 식전공연에서 박수만을 쳤고 본 행사에서는 홀대를 받았다. 대신 국회의원들이 주빈이 됐다. 결국 정치행사 들러리가 된 것이다.

국토부의 놀라운 섭외력으로 ‘유치원 3법’의 국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는 바쁜 시기에도 유은혜 교육부총리(고양시병)까지 착공식에 직접 참석, 현장을 놀라게 했다. 유 부총리 등 참석 의원들은 이날 장관 양 옆에 자신들의 지역구에 들어설 임시역명(아직 역 위치와 역명 결정 안 됨)을 나타내는 피켓을 들고 파안대소까지 했다. 이 모습은 최근 물의를 일으킨 사건, 육군 7사단이 전방 GP(감시초소)를 없애면서 부산물인 철조망 일부를 의원들에게 액자로 만들어 선물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GTX A노선 착공에 의원들의 공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국토부에 관련 공문을 보내고 상임위에서 질의도 하고 장관과 사진촬영을 하는 등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파주 연장안에 대한 의원 이상의 역할은 파주시와 시민들이 했다. 국토부는 정치인이 아닌 이들 언성히어로들을 장관 옆에 참석시켜 그동안의 수고를 위로하고, 앞으로 협조를 당부하는 모양새를 갖춰야 했다. GTX A노선은 2023년 완공예정이어서 앞으로 숱한 난관이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어 협조를 구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21대 총선을 앞둔 시기에 GTX A노선과 관련해 이런저런 행사가 많이 열릴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처럼 의원을 위한 정치적 행사로 변질시키지 말고 이날 행사 슬로건처럼 언성히어로들이 주빈이 돼 ‘여유로운 아침, 함께하는 저녁’이 되도록 하는 세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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