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현장의 구호활동은 소방대 도착 전부터

그간 압축된 경제성장으로 우리 사회는 건물의 증가와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기반 시설의 노후화는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통신구 화재, 열수송관 파열, KTX 탈선 사고가 인간의 실수와 시설물 요인이 복합되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재난 사고 현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자에 대한 구호활동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일련의 사고를 통하여, 사상자 발생으로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재난현장을 보아왔다. 하지만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부상자에 대한 구호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법적인 제도와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얼마 전 KTX 탈선 사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고 당시 열차에 탑승한 군 장병들이 다수의 승객을 안전한 장소로 긴급 대피시키고 인솔하는 구호활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현행 119구조구급법(4조)에서는 “누구든지 위급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발견한 때에는 구조대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구출, 부상의 악화 방지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난 현장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신속하게 초기 구호활동을 시작하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부상자에 대한 신속한 응급처치를 위한 골든타임이 있는데 부상 종류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중 심폐소생술, 지혈, 기도유지, 신체보온은 무엇보다도 즉시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소방대의 접근이 제한되는 지하, 터널, 철도사고와 교통사고 현장의 초기 구호는 더욱 중요하다.

재난에 자유로운 안전지대는 없으므로 재난 안전은 그 발생 위험요인을 줄이고 유사시 대응역량을 강화할 때 얻어지는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은 행동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까운 소방관서에서 실시하는 재난안전체험과 응급처치 교육을 받길 당부한다. 아울러 교육을 통해, 범국민적으로 사고 현장 초기 구호활동의 중요성이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고 현장에서의 골든타임은 소방대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분쟁과 책임을 염려한 ‘불편한 회피’보다는 나부터 구호활동을 실천하는 것이 내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일이다. 특히 사고 현장에 의료인, 안전관계자, 공무원, 군인이 있다면 신속한 구호활동을 위해 노력해주길 당부한다.

권현석 남양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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