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속은 70대 노인이 수천만 원을 현금으로 찾으려다 이를 수상히 여긴 20대 은행원의 기지로 상황을 벗어나게 됐다.
지난 13일 오후 안성시 서인동 안성신협 본점에서 A 할머니(74)는 딸에게 돈을 갖다 준다며 현금 3천700만 원을 통장에서 출금하려 했다.
당시 신협 직원 S씨(25)는 A 할머니가 평소 은행을 찾던 모습과 달리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손을 떠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고 느꼈다.
특히 A씨는 거액의 돈을 통장에서 찾으면서 S씨에게 수표가 아닌 5만 원권의 현금으로 전액을 줄 것을 무조건 식으로 요구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S씨는 A 할머니에 “돈을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느냐. 현금보다는 수표로 찾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나 A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딸과 한 번 통화해 본다며 밖으로 나가 통화한 후 다시 현금으로 달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할머니의 이상한 행동에 S씨는 다시 한 번 딸에게 전화해 보라고 권유, 밖으로 나가 전화하는 A 할머니를 따라나가 통화내용을 몰래 엿들었다.
하지만, 휴대전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여성이 아닌 남성. S씨는 A 할머니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넘어갔다고 판단해 경찰에 즉시 신고, 보이스피싱 사기를 막아냈다.
보이스피싱은 A 할머니 집에 전화를 걸어 “경찰인데 지금 C 은행 계좌가 도용됐다”며 돈을 모두 찾게 하고 “우체국 직원인데 우편으로 보낼 게 있다”며 휴대전화 번호까지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은행 근처에서 만나자며 A 할머니가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는지 지켜보는 치밀함까지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S씨는 “무조건 따님에게 줄 돈이라면서 현금으로 요구, 통화도 안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 나가 하기에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할머니가 당시 너무 정신이 없었는지 ‘피해를 안 보게 해 고맙다’고 인사한 후 그냥 떠나신 상황”이라며 “사건이 미수로 그치다 보니 아직 보고가 안된 것 같다. 은행을 방문해 사실여부를 정확히 파악해 보겠다”고 밝혔다.
안성=박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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