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감사의 달이다. 한 해를 살아오면서 겪었던 신의 은총이나 이웃의 후의에 감사하는 절기이다. 특히 한해의 마지막 한 달을 앞두고 지나간 열한 달의 삶을 성찰하면서 감사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은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특권이다.
미국에서는 11월 네 번째 주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킨다. 1621년 가을 영국의 급진개혁파였던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정착했던 메사추세츠의 플리머스 식민지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가지고 인디언 부족과 함께 나누어 먹은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공식적인 교회의 절기가 된 것은 1623년 그곳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이다. 어쨌든 추수감사절의 정신은 나눔에 두고 있다. 특히 그것은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낯선 대륙에 도착한 사람들이 질병과 추위로 인해 죽어갈 때 도움을 주었던 원주민 인디언 왐파노아그 부족에 대한 보은의 나눔이었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받았던 은혜를 저버린 행위를 말한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어서는 안 된다”는 속언이 있다. 보은하기보다 상황을 이용하고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아냥이겠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게 창조되었다. 이것은 창조주의 의도이다. 그래서 사람을 의미하는 한자의 ‘人’은 서로 의지하는 작대기로 형상화된 글씨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은 창조주와의 관계에서도 하나 된 존재이다. ‘아다마’인 흙을 재료로 만들어진 ‘아담’인 사람은 그 자체로는 토기 인형에 불과하지만 창조주가 그 코에 창조주의 ‘숨’인 ‘생기(生氣)’를 불어 넣음으로 비로소 살아 있는 ‘생령(生靈)’이 되게 했다는 것은 사람을 생령 되게 하신 창조주의 은혜를 망각하지 말고 살아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자기중심으로 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창조주에게도 불성실하고 사람에게도 불성실하다. 신뢰를 주고 얻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인지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속설이 별로 낯설지 않다. 왜 그럴까? 배신을 생활화하고 체질화 시켰기 때문이다.
‘철새’란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는 새를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에 다양한 철새를 볼 수 있다. 그것들 중에는 여름에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여름 철새도 있고, 여름에는 시베리아나 만주 등에서 번식하다가 겨울에 중위도 지방에서 월동하는 새와 저위도의 따뜻한 지방에서 월동하는 새도 있다. 일반적으로 철새는 정해진 코스와 장소를 찾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간 철새는 새만도 못한 것 같다. 이익이 된다면 이것저것 구분하지도 않고 아무것이나 덥석 물고, 아무 자리나 덥석 주저 않으려 하기에 원성과 질타가 끊이지 않는다. 창조주의 형상을 지닌 인간의 의미가 무색할 만한 배은의 역사를 새롭게 더할 뿐이다.
감사의 달 마지막 주간이다. 며칠 남지 않은 오늘 창조주와 이웃을 중심으로 자신을 한 번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후회하지 않게 받은 은혜 감사하고, ‘덕분에’ 누린 은혜 보은하면서 원래 사람의 모습을 회복해갔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강종권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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