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아이즈원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한일 합작 걸그룹 프로젝트였기에, 왜색에 유독 민감한 우리 정서상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이들을 비난하는 데 있어 그 논리나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점이다.
아이즈원은 한국인 9명과 일본인 3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아이즈원의 일본인 멤버는 미야와키 사쿠라,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다. 이들 모두 AKS라는 일본 연예 기획사 소속이다. AKB48과 그 자매 그룹이 일본인 멤버들의 원 소속이다. 문제는 이들을 프로듀싱한 아키모토 야스시다.
AKS의 창립자이기도 한 아키모토 야스시는 지난 9월 방탄소년단과 협업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익 논란이 불거졌고,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는 협업 중단을 요구했다. 결국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 아이즈원이 우익 논란에 휩싸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사뭇 다르다.
아키모토 야스시가 어떤 인물이건 현재 아이즈원 일본인 멤버들이 모두 그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건 억지다. 그리고 우익 성향의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도 과연 자발적이었는지 멤버 본인의 당시 심경을 직접 들어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우익 성향'이라 칭하며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것이라고 밝힐 멤버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익 논란이 재차 촉발된 JTBC 예능프로그램 '아이돌룸'에서 문제가 된 강혜원의 발언을 보자.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저는 애니(메이션)를 좋아합니다. '진격의 거인' 3기 나왔으니까 많이 많이 봐주세요"라고 말했다. 이 '진격의 거인'이라는 작품의 원작자인 이사야마 하지메가 우익 성향이니, 이 만화를 좋아하고 홍보하는 너도 우익이다, 이런 논리다. 역시 억지다.
아이즈원은 이제 막 한국 가요계에 데뷔한 신인 걸그룹이다. "AKB48 소속사는 정치적 이념과 아무 상관이 없는 기업이더라. 우리 역시 정치적 성향을 가질 의도가 없다"는 김용범 Mnet 국장의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애써 아이즈원을 비난할 이유가 있을까. 역사를 왜곡하며 정치적인 활동을 벌이는 우익이야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문화 교류까지 막아설 이유가 있는 건지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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