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고통을 잊기 위해 ‘고통을 선택한’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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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딸인 소영이(가명)는 잦은 출장으로 얼굴 보기가 어려운 아버지와 성당활동과 봉사활동으로 바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소영이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안좋게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욕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스스로를 “연극인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친구들에게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밝은 척을 하고, 싫어도 싫다는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로 밝은 척을 하고 학교에서 잘 지내는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자주 벽지를 뜯거나 손톱 및 물건들을 입에 넣어 물고 뜬는 등 강박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 소영이는 부모님이 실망한 것 같은 행동을 하면 자해를 한다.

 

소영이 같은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자해 인증샷’을 매일 수많은 청소년들이 SNS에 올리고 있다. 2017년 자해 학생이 153명이었고, 2018년 9월 현재 645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학교 현장은 자해 학생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 소영이는 자살, 죽음에 대한 목적이 아닌 불안, 죄책감, 자기비난, 스트레스의 표현과 경감 수단으로 자해 행동을 보이고 있다. 자살이 목적이 아닌 시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생과 부모님 상담을 각각 진행하여 부모 협조를 통해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해는 비자살성자해(Non-Suicidal Self-lnjury:NSSI)는 죽음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고의적으로 자신의 신체 조직을 손상시키는 행동이다. 일반적으로 베기, 심각한 긁기, 태우기 등이 포함된다. 자기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동들은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자해를 시작하는 연령은 대개 12~14세로 알려져 있고 20세가 되기 전 가장 많이 보고되며 평생에 걸친 유병률은 13.9~21.4% 정도이다.(Nock & Favazza, 2009)

 

청소년들이 자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장에서 많은 자해 학생들을 경험하면서 자해의 원인을 네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로 자기 처벌적 감정으로 자해를 행한다. 폭력의 피해학생, 아동학대 피해 학생 등이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외부로 향하지 못하고 자기에게 향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자해이다. 둘째로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서 자해를 행한다. 분노와 성적에 대한 압박감 등의 감정이 조절의 범위를 넘어서면 그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 선택하는 자해 행위이다. 고통을 잊기 위해서 고통을 선택하는 자해 행위이다. 셋째로 살아있음을 느끼기 원해서 자해를 하는 행위이다. 무기력증 즉 저에너지군인 청소년들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자해를 행한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정신과적인 질환으로 인해 자해를 행한다. 청소년기에 정신과적인 질환이 발명하면 환청으로 인해 자해를 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청소년이 자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살아가고자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또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긍정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 자해이다. 이런 자해 행위가 청소년들에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심리적인 압박감과 삶의 질이 낮다는 것이다. 그들의 고통에 우리 사회가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청소년 자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고, 청소년들의 고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 줄 사회적인 기반과 어른들이 필요할 것이다. 청소년 자해 행위를 통해 청소년 깊은 고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책과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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