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대륙의 기상, 제대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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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큰 나라다. 영토는 우리나라의 96배 정도고, 인구는 25배를 넘는다. 다수를 차지하는 한족을 비롯해 55개의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산다. 한 나라 안에 열대기후부터 냉대기후까지 모두 나타난다. 서남쪽 운남성의 경우 고도가 높은 북쪽에선 만년설을 만날 수 있고 남쪽 평지에선 열대 과일 바나나를 살 수 있다. 이 정도면 거의 하나의 나라라기보다는 옛말 그대로 천하(天下)에 가깝다.

 

넓고 사람 많고 다양한 환경의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인구만 놓고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일의 25배의 일들이 발생할 거로 예측할 수 있다. 나쁜 일이건 좋은 일이건 수십 배로 일어나고 있고, 그 일들의 다양성도 수십 배에 달할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아주 놀랍고 이상한 일도 중국의 규모라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이 기이한 일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중국 어딘가에서 가짜 계란을 만들고, 엽기적인 싸움이 일어나고, 부실 건물이 붕괴하고, 위험한 백신이 돌아다니고, 불량 분유가 팔리고, 온갖 엽기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이 재미 삼아 돌고 돌면서 중국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괴이한 나라처럼 여겨진다.

 

네티즌들은 그런 일들을 ‘대륙의 기상’이라고 지칭하며 열심히 네트워크상에 퍼뜨린다. 이때 ‘대륙’이라는 말은 공간의 웅혼함을 뜻하지 않는다.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뉘앙스이다. ‘기상(氣像)’이라는 말도 그렇다. 타고난 기개, 씩씩한 마음씨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기이한 인상이요(奇相), 무모한 만용에 가까운 개념이다. 다시 말해 ‘대륙의 기상’은 판타지 공간의 무모한 일들을 지칭하는 말이 되고, 중국이 바로 그런 나라라는 비아냥이 담겨 있다.

 

그러니 그의 대응으로 ‘대륙의 실수’라는 말이 동시에 쓰인다. 중국의 좋은 제품, 중국의 좋은 제도를 일컫는 말이다. 제대로 된 일은 실수로 나온 것이라고 하니 당연히 실수가 아닌 일이 기이한 일, 잘못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라는 판타지 공간은 기이함이 일상이라는 인식이 저변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그들의 일상이 아니라 그들에게조차 낯설고 이상한 일들을 중심으로 중국이 소개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중국의 어떤 소식에도 놀라지 않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서 기괴한 것, 특별한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만 주목하는 해외뉴스에 대해 비판한다. 그런 태도 때문에 정작 그들이 겪는 놀라운 일, 아픈 일, 비정상적인 일에 대해 연대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우리가 다른 나라의 일상, 그 인간적인 면에 더 주목하고 공감할 때 그들에게 놀라운 일이 우리에게도 놀라운 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원칙에서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대로라면 진정 인간적 연대를 가져야 할 그곳의 재난이나 고통, 반대로 칭찬해 마땅할 그들의 업적에 대해서 우리는 희화화한 시선을 거두지 않을지 모른다. 나아가 그런 시선은 우리 국민에게 중국을 실제 이상으로 혐오하거나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우리가 그 넓고 사람 많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낯선 일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에 대해 공감할 때 중국은 우리에게 진정한 실체를 드러내 줄 것이다. 그럴 때 우리 자신도 한 이웃 나라를 동등한 세계로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의 세계인이 될 수 있다.

 

최민성 한신대학교 한중문화콘텐츠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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