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시간 단축… 휴식있는 삶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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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30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휴식이 있는 삶, 이른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우리 사회에도 시작된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벨’은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과도한 근로를 통한 많은 임금보다는 적당한 근로와 휴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변화는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는데, 과거 높은 임금이 좋은 직장의 우선순위였다면 현재는 반대로 ‘워라밸’이 가능한 곳이 좋은 직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워라밸’은 직장인이나 기업 입장에서 더 이상은 거스를 수도 미룰 수도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독일과 프랑스는 이미 주당 노동시간을 30~40시간으로 맞추어 시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발달시켜온 결과이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2천69시간에 이르며, 이것은 OECD 회원국 평균 1천764시간보다 무려 305시간, 월로 환산하면 25시간이나 많은 수치이다.

 

거꾸로 시간당 노동생산은 34.3달러(2010년 구매력 평가기준)에 불과해 OECD 회원국 22개국 중 17위에 그치고 있는데, 1위인 아일랜드(88.0달러)의 38%, 프랑스(60.0달러)와 독일(59.9달러)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장시간 노동에 비해 비효율적인 생산구조가 그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하며 소득과 노동시간, 노동생산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노동시간 단축의 의미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비록 일각에서는 영세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 그리고 노동자 또한 연장근로 감소에 따른 소득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동시간 1% 감소 시 산업재해율이 3.7% 감소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14만~18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아울러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바뀌고 노동자들의 근로의욕도 높아져 기업의 생산성 제고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다.

 

또한, 노사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임금감소를 일부 보전해주는 등 노사 모두 서로 노력한다면 주 5일제가 그랬던 것처럼 주 52시간제도 성공적으로 현장에 안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와 같이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고, 나아가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있는 삶, 휴식있는 삶을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행복하고 새로운 삶, ‘워라밸’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김태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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