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만드는 사람들이 사계절 피어나는 역말’ 양평군 송현1리 ‘역말’ 사람들

▲ 마을 안길 도로변 꽃밭을 가꾸던 송현1리 주민들과 정성훈 이장(가운데 밀집 모자 쓴 이)이 잠시 짬을 내어 카메라 앞에 모였다.
▲ 마을 안길 도로변 꽃밭을 가꾸던 송현1리 주민들과 정성훈 이장(가운데 밀집 모자 쓴 이)이 잠시 짬을 내어 카메라 앞에 모였다.
양평군 지평면 송현1리는 조선 시대 역참이 있던 곳이라 예로부터 ‘역말’로 불리던 마을이다. 186세대 424명이 사는 이 마을에 최근 경사가 겹쳤다. 경기도가 공모한 ‘2018 시민참여형 마을 정원 만들기’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한 ‘2019 창조적 마을 만들기’에 동시 선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마을 한 집 정원에 10여 명의 주민이 모여 화초를 심었다. 주민이 꽃을 심은 곳은 역말이 마을 정원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곳이다. 꽃을 유난히 좋아하던 노부부가 꽃밭을 가꾸고 그곳에 벤치를 놓고 즐기는 잔잔한 모습이 연출됐다.

 

역말이 마을정원 사업을 시작한 데는 정성훈 이장의 공이 크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구리로 이주한 그는 19년 전 마흔다섯의 중년이 되어 역말로 돌아왔다. 정 이장은 10년 전부터 마을에 있는 클라인 가르텐(Klein Garten 독일어로 작은 정원이란 뜻)의 촌장을 맡고 있다. 클라인 가르텐은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인이 거주하는 임대주택이다. 1년 동안 마을에 살아보면서 농촌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역말에는 11채의 클라인 가르텐이 있다.

 

정 이장은 낯선 도시인이 마을에 정착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 스며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겨울 보일러 수리, 터진 수도관 교체 등 정 이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도시인과 역말 사람은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었다. 정 이장은 “클라인 가르텐의 10년간 경험을 통해 마을에는 사랑과 믿음, 단단한 협동심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하모니가 생겨났다.”고 말한다.

▲ 송현1리 언덕에 있는 귀농인들의 보금자리  클라인 가르텐,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 송현1리 언덕에 있는 귀농인들의 보금자리 클라인 가르텐,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 정원사업의 또 다른 공로자는 김미란 마을 정원추진위원장으로, 본업이 스타마케팅 전문 기획사 대표다. 그는 10년째 클라인 가르텐에 거주 중이다. 역말의 마을 정원을 기획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그녀의 몫이다.

 

꽃을 좋아하는 역말 사람들은 정성훈과 김미란 두 일꾼을 앞세워 마을 전체를 여섯 개의 테마 정원으로 꾸밀 계획이다. 마을 옆을 흐르는 개천가 뚝방정원은 봄에는 아이리스와 꽃창포가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이삭이 터지는 풀들로 꾸며진다. 마을 논에는 봄부터 초겨울까지 꽃을 피우는 열대성 수련을 키우고, 꽃 정원에는 역말이라는 이름과 걸맞게 미니어처 열차가 꽃밭을 누빌 예정이다.

 

이같은 꿈을 이루고자 역말 사람들은 2년 전부터 전문가에게 가드닝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 주민들은 올가을 전국 최고의 마을 정원이라는 대장정을 시작하면서 자축과 결의를 다지는 의미에서 오는 29~30일 이틀간 ‘그랜드 마마’ 축제를 연다. ‘우리 손주들을 위한 정원 만들기’란 슬로건은 앞으로 역말의 마을정원사업의 기본 정신을 짐작게 한다.

▲ 토요일인 9월8일 오후2시, 마을주민들이 함께 모여 한집씩 돌아가며 정원만들기에 힘을 보테고 있다.
▲ 토요일인 9월8일 오후2시, 마을주민들이 함께 모여 한집씩 돌아가며 정원만들기에 힘을 보테고 있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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