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베토벤의 홀수와 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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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교양인으로서 기본적으로 습득하고 있어야 할 중요한 문헌과 예술이 있다. 그 기준과 선호도가 다를 수 있지만 음악 부분을 논할 때 베토벤의 존재는 기승을 넘어 전결이 되는 핵심적인 포인트라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베토벤은 당시 대문호 괴테와 쉴러 등의 작품을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승화시켰으며 교향곡의 역사를 바꾼 인물이다.

 

이 기회에 베토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여 보자. 첫 번째 질문, 베토벤은 몇 개의 교향곡을 작곡하였는가? 둘째, 교향곡 중 몇 개를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있는가? 베토벤은 9개의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인류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도 꾸준히 음반과 연주를 통해 우리 귀에 익숙한 9번 교향곡 ‘합창’, 5번 교향곡 ‘운명’, 3번 교향곡 ‘황제’ 등을 작곡하였다. 덧붙여, 1번 교향곡과 7번 교향곡도 자주 연주된다.

 

한 번쯤은 ‘운명 교향곡’(베토벤이 직접 붙인 제목은 아니다. ‘빠빠빠 빰’ 하고 시작되는 부분이 운명을 두드리는 것 같다고 하여 생긴 제목으로 일본과 한국에서만 운명 교향곡이라고 부른다)의 시작부분 또는 매년 연말이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합창 교향곡’에서의 주요 멜로디 부분에 익숙하거나 더 나아가, 웬만한 부분은 소리 내어 노래할 수 있는 수준급의 애호가도 있을 것이다.

 

내가 접한 많은 연주자들도 베토벤의 9개 교향곡 전체를 연주해 보았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마찬가지로 음악애호가들도 9개의 교향곡 전체를 골고루 감상하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1, 3, 5, 7, 9번의 홀수번호 교향곡들이 2, 4, 6, 8번 짝수번호 교향곡보다 콘서트에서 더 빈번하게 연주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다른 작곡가들도 유사한 경향이 있지만 과한 열정을 쏟아부은 특정작품 뒤에 따라오는 작품들은 한결같이 부드러우며 여유가 넘치고 정겨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베토벤은 홀수번호와 짝수번호를 한 세트로 보고 작곡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3번 교향곡 ‘영웅’은 드라마틱하고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어서 작곡한 4번 교향곡은 편안하고 큰 감정의 기복없이 원만하게 진행된다. 5번 교향곡과 6번 ‘전원 교향곡’은 같은 무대에서 같은 날 초연한 것이다. 특히 6번 교향곡 ‘전원’은 다양한 감정의 폭을 지닌 5번 교향곡과 달리 베토벤은 다섯 개의 매 악장에 목가적인 자연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직접 세밀하게 설명한다. “시골에 도착하여 유쾌한 기분”, “개울가의 정경”, “농부들과 유쾌하게 함께함”, “폭풍”, “폭풍 후의 기쁘고 감사하는 분위기” 등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베토벤이 특별히 사랑하였던 ‘전원생활의 추억’을 나타낸다.

 

7번 교향곡은 소위 ‘자유정신의 해방’을 노래하듯 뜨거운 리듬이 1악장부터 4악장까지 반복되는 독특한 향을 내뿜어낸다. 반면 8번 교향곡은 애정이 풍부하게 담긴 표현을 통해 7번 교향곡의 뜨거운 열기를 잠시 식히고 이어서 9번 합창 교향곡이라는 대서사시를 향해 달린다. 청중들은 익숙한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기를 원하며 연주단체들은 티켓판매 등을 이유로 프로그램 선곡에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홀수번호 교향곡이 선택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나는 약간은 소외된 베토벤의 짝수 교향곡에 취해 있다. 올해부터 짝수번호 교향곡을 시리즈로 연주한다. 격정적인 곡 또는 자극이 있는 곡들을 선호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베토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짝수번호의 교향곡의 진미를 아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몇 개의 교향곡을 감상하고 또는 단편적인 연주를 자랑하며 베토벤의 모든 음악적 표현을 이해하려는 접근보다는 차분히 베토벤이 우리에게 남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베토벤은 우리의 영혼에 꼭 필요한 비타민이기 때문이다.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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